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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제와 함축으로 승화된 서정 /김석철 등록일 2016.02.25 22:46
글쓴이 시조문학 조회 1094

절제와 함축으로 승화된 서정

 

김 석 철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장구한 세월 동안 굴곡을 겪어온 시조는 오늘도 창조적 계승을 진행해가고 있다. 시조가 걸어온 역정을 밝히자면 할 말이 많다. 진즉부터 시조부흥운동이 있었고, 그 후 시조 발전의 견인차가 되는 제2, 제3의 새로운 전기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시조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주지하다시피 시조는 운문으로 그 틀이 정해져 있는 문학 양식이다. 따라서 시조의 기본형식이 3장 6구 12음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실 이 시조의 틀과 그 구성은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는 으뜸 예술이라고 자부한다.

일찍이 백수 정완영 선생께서 말씀하신 ‘시조의 보법 다섯 가지’의 수칙이 떠오른다. 첫째, 정형을 지켜야 한다. 둘째, 가락이 있어야 한다. 셋째, 쉬우면서 뜻은 깊어야 한다. 넷째, 근맥根脈이 닿아야 한다. 다섯째, 격조가 높아야 한다. 이는 오늘에도 우리들에게 유효한 지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작품과 시정신을 살피는 일은 언제나 새로운 안목과 깊이 있는 예지를 필요로 한다는 걸 필자는 잘 알고 있다. 항시 느끼는 일이지만, 근래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대부분 현실세계를 뛰어 넘는 저마다의 깊고도 다양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 만큼 작품의 문학성이랄까 작품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작품성은 어쩌면 종교성, 주술성과도 맥이 닿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지난 가을호, 『시조문학』 통권188호에 발표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절제와 함축으로 승화된 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시조문학 소시집>란에 실린 문태길 시인의 여러 작품 중에서 한편을 골라 보았다.

아직도 내 가슴엔

차지 않은 바다가 있다

 

기차가 자나가도

돛배로 뵈는 바다

 

고향은

꿈속에서도

섬 하나로 나앉는다.

 

갈매기 한 마리가

저물녘에 떠오르면

 

멀리 지평선도

수평선과 뭐 다르랴

 

종로의

한복판에서

헤엄치는 행렬이여.

 

잠든 바다보다

겨울 바다가 더욱 좋다.

 

무너지고 부서져도

하얗게 미소 지으며

 

항구에

닿을 때까지

내 사랑은 변치 않으리.

- 문태길, 「열정」 전문

문 시인은 제주에서 열정적으로 시조의 텃밭을 일구고 있는 중견시인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의 향토색이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화자는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 “아직도 내 가슴엔/ 차지 않은 바다가 있다”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역동적인 바다, 특히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 화자는 “무너지고 부서져도/ 하얗게 미소 지으며”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열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 든든한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다음은 <신작 특집>란의 작품들이다.

 

뭉근히 배어드는

시간이 일러 준다

뼛속까지 내어주고

뭉클하게 엉기는

 

곰곰이

빠져드는 깊이

엇구수한

그 멋을

 

- 김미정, 「곰탕」 전문199

 

 

 

 

 

 

 

 

김미정 시인의 단시조 「곰탕」 이다. 이렇게 시인은 항시 비범한 눈과 촉수를 지니고 사물을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간다. 이 작품에서 보면 단수이지만 품고 있는 그 의미는 깊으면서도 공감을 주고 있다. 내면화된 시적 향기를 머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달인 곰탕 맛처럼 여느 시조들과는 다른 언어감각을 느끼게 된다. 함께 실은 두 작품에서도 그 역량을 가늠해 볼 수가 있었다.

 

스스로

와서 베이는

가을바람 달래느라

 

자꾸만 야위어가는

그리움의

아랫도리

달빛에

건져 올려서

울음 몰래

삼킨다.

- 민병도, 「갈대의 노래」 전문

 

 

 

 

민병도 시인의 단시조 「갈대의 노래」다. 일반적인 느낌을 시적인 감동으로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정의 중량감과 그에 수반되는 시적 미덕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일단은 착상부터가 참신할 뿐더러 시조의 특성인 절제와 함축 또한 이 작품의 강점이라 할 것이다.

시공時空을 가로질러 산수山水를 바라보니

동백도 멈칫멈칫 거북도 멈칫멈칫

혜근문惠根門 그 안에 들어 퇴옹선사退翁禪師 찾는다.

- 채현병, 「지리산겁외사智異山劫外寺」 전문

채현병 시인의 단시조다. 「지리산겁외사智異山劫外寺」는 성철 큰 스님의 생가터에 세운 절 이름이다. 생가터의 앞부분에는‘겁외사’를 지었고 뒷부분에는 생가를 복원하였다고 한다. 대부분 아는 바와 같이 성철 큰 스님은 20여 년 전에 열반에 드셨지만, 일찍이 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내려 온 국민의 불심을 일깨워 주었던 분이시다. 사실 그 분은 소학교만 졸업하고 서당에서 자치통감을 배우며 한문을 터득했다고 하며, 출가한 후 10여 년의 장좌불와長坐不臥, 동구불출洞口不出 로도 세간의 화제가 됐었다. 작자가 이곳을 찾아 시상을 펼친 것인데, ‘혜근문惠根門’은 생가의 대문이며,‘퇴옹선사退翁禪師’는 성철대종사의 법호라는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작품에선 특히 중장“동백도 멈칫멈칫 거북도 멈칫멈칫”의 표현이 시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으며, 언어의 지시기능을 넘어선 내포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직립의 벽돌 담장

화지로 펼쳐 놓고

 

쓰윽쓰윽 물감 묻혀

울울창창 숲을 그려낸

 

저 푸른

천수天手의 열정

눈빛 맑힌 6월이여.

- 추창호, 「담쟁이가 있는 풍경」 전문201

추창호 시인의 이 단시조는 은유를 입혀 형상화하는 수법을 취함으로써 한층 더 격조 있는 시적 표현을 성취해 내고 있다. 눈빛 맑힌 6월은 천수天手의 열정으로 빚어낸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다. 여기서 ‘천수天手’라는 말은 낯선 용어로서 분명 조어造語일진대, 다분히 시적 의미를 성취하는 시어가 되어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남산골 한들바람 어제 종일 불더니만

하늘 덮은 구름들이 안개비로 내려와서

온 산하 지붕을 덮어 손 발 뻗어 품는다.

 

어디서 들려오는 그 새소리 예쁜 노래

남몰래 가슴 타다 산과 들을 감돌면서

꿈속에 깔은 욕정들 벗어던져 주누나.

- 황석수, 「봄안개」 전문

황석수 시인의 연시조다. ‘안개’라는 말은 언어의 지시적인 기능보다는 그 함축의 의미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중의적인 문학적 용어이기도 하다. 안개 중에서도‘봄안개’는 특히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속성이 있다. 봄안개를 맞으며 만물이 싹트고 생기도 얻게 된다.‘봄안개’는 어쩌면 시인의 본질적 심성이 분화된 표정으로 나타난 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둘째 수 종장은 내용의 표현에 있어서 다소 어색한 듯 보이는데 이는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다음은 <단시조 특집>란의 작품들에서 몇 편 골라 보기로 한다.

 

만 가지

산 빛깔을

화폭에 풀어 놓고흰 구름

산딸기를 물속에 앉혔는데

짝 찾는

두견새 소리

담을 길이 없어라.

- 김영애, 「소백산 그리기」 전문

김영애 시인은 신선한 감각으로 차분하게 소백산을 그리고 있다. 다분히 서정미가 짙은 작품으로 그리움의 정서가 닿아 있다. 화자는 소백산을 탐미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체취를 풍기게 하고 있으며, 특히 종장에선 다감한 정서의 한켠을 드러내어 공감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짧은 단수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앉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절제와 함축으로 승화된 서정의 진경이 아니겠는가.

 

마음을 다스리려

들길에 나섰건만

 

소소한 가을바람

옛 기억을 사부자기

 

잊었다 말만 하였지

그리움만 짙었네.

- 김태자, 「가을 길」 전문

 

김태자 시인의 단시조가 단아하다. 한 음절도 가감할 수 없으면서 자연스러운 작품이다. ‘길’이라는 말은 중의적인 단어다. 따라서 “가을 길”도 중의적, 문학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사계절 중에서도 가을철에 따르는 수사는 많기도 하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그 만큼 여러 가지로 매력이 있기도 하지만, 특히 나이가 좀 든 분들에게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화자는 가을날 마음을 다스리려 들길에 나섰건만 소소한 가을바람에 옛 기억 속의 그리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음을 자탄한다. 이‘그리움’은 우리가 아무리 억지로 잊으려 해도, 인간에게 있어 원초적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인데 어느 누군들 도리가 없는 일이다. 이 작품의 중장의 말미에서는 “사부자기”라는 부사를 앉혀 시적 효과를 꾀하고 있음도 특이한 작법이라 할 것이다.

 

비온다

비가 온다

거리에도 가슴에도

 

새도록 음풍농월

두통으로 갈음하는

 

빗줄기

목을 맨다면

도솔천에 닿으려나?

- 박해성, 「밤비」 전문

박해성 시인의 단시조다. 흔히 밤비에서는 외로움이나 슬픔의 심사에 젖기가 쉬운 일인데 이 작품에서는 지루하게 내리는 궂은비로 그 차원이 다르다. 중장까지는 도치의 표현수법인데 종장에서는 설의법으로 종결함으로써 독자들에게도 좀 더 상념에 잠기게 하는 여백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 종장의 “빗줄기/ 목을 맨다면/ 도솔천에 닿으려나?”에서 이‘도솔천’은 불교에서 말하는 욕계欲界 육천六天 중의 하나라는데 현재 미륵보살이 설법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 화자의 경우 이 ‘도솔천’에 담긴 의미 또한 깊다고 할 것이다.

 

내가 만약 훈장 말고 다른 직업 갖는다면

>

황금열쇠 상호 걸고 열쇠점을 내고 싶다

>

빛나는 말씀을 품고 그대 활짝 열고 싶다.

-손증호,「황금열쇠」전문

손증호 시인의 신선한 착상의 단수다. 3장시조에서 각 장을 한 행으로 처리하여 행간엔 여백의 미를 감추고 정련된 정서로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황금열쇠”는 적절한 메타언어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박한 화자의 소망이지만 빛나는 말씀을 품은‘황금열쇠’의 효용과 가치는 그 무엇보다도 귀하고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 시상 전개가 점층적으로 이루어져 주제 심화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길에서

탑을 쌓는

지팡이를 들어 뵌다

마당지기 일자 외자

제자리

햇살바람

 

나그네

발바닥 일지

텃새 정적 쌈지 외등.

- 양원식, 「노숙자 1」 전문205

양원식 시인의 연작시“노숙자” 중의 한 편이다. 우리 『시조문학』에서는 꽤 오랜만에 대하는 양 시인의 작품인 것 같다. 이번 호에 실린 단시조 두 수가 다 중장과 종장에선 과감하게 조사를 생략하고 명사만을 제 자리에 앉혀 시적 묘미를 살리고 있다. 절제와 함축의 효과를 도모함은 물론 여백의 미도 느껴진다. 기사 형식도 두 수가 똑 같이 한 장을 한 연으로 하여 각 3행씩의 배열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그 의미와 이미지의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장치일 것으로 여겨진다.

 

뒤주 위 늙은 호박 앉은 채로 겨울나며

>

제 몸피 다 덜어내 사그랑 주머니 돼도

>

알알이 영근 씨앗은 새 세상을 품었네.

- 최오균, 「사그랑주머니」 전문

최오균 시인의 작품에서 눈여겨보면 곱고도 귀한 고유어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 만큼 모국어를 사랑한다는 증거이겠는데 최 시인은 고유어를 매만지는 솜씨 또한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다. “사그랑주머니”도 고유어로써 ‘다 삭은 주머니’란 뜻으로 ‘겉모양만 있고 속은 다 삭아버린 물건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물을 관찰하는 작자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뒤주 위에서 앉은 채로 겨울을 나는 늙은 호박을 보며 얻은 착상으로 다분히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사유인 것이다. 사실 이 세상,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쓸모없는 게 하나도 없다. 깊이 생각해 보면 뭐 하나라도 다 그 나름대로의 존재 가치가 있는 물상들이다. 사그랑주머니가 된 늙은 호박의 하찮은 씨앗이지만 그 ‘씨앗’은 분명 새 세상을 품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겨울 시조단>에서 몇 작품을 골라 보았다.

 

찬이슬 먹어가며 홀로 핀 붉은 영혼

삼동에 모진 바람 그리도 독하던가.

삭풍에 눈을 뜨다가 돋아난 빨강 피멍.

 

어스름 밤이 되면 매서운 부엉 눈빛

어둔 밤 깊은 산속 가슴을 조여 가며

빛 고운 아침 햇살에 젖은 눈물 닦았다.

 

한생에 산딸기로 울혈 든 가슴 안고

먼 하늘 희미한 별 가슴에 그리다가

새벽 숲 칼바람 속에 홀로 울던 붉은 꽃.

- 인수 성낙수, 「산딸기」 전문

성낙수 시인의 ‘어머니’라는 부제가 붙은 연시조다. 창작은 늘 새로움의 발견이라고 했다. ‘산딸기’에서의 착상이 새롭기만 하다.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간절한 그리움을 ‘기-서-결’의 시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셋째 수 “한생에 산딸기로 울혈 든 가슴 안고/ 먼 하늘 희미한 별 가슴에 그리다가/ 새벽 숲 칼바람 속에 홀로 울던 붉은 꽃.”에 주제가 심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참신한 시어사용과 신선한 이미지의 형상화가 시적 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한 번쯤

쌀독 빈다고

한숨을 쉬지 마라

 

저 벼랑

위에서도

종달새 집을 짓고

땅콩 속

벌레 몸에도

말간 알이 슬어 있다.

- 이승현, 「아내에게」전문

이승현의 단수 「아내에게」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남편과 아내는 일생의 고락을 함께하는 삶의 동반자요 반려자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의 아내들에게 던져주는 잠언적 메시지가 아닐까. 이 작품은 언뜻 평범한 듯 보이지만 시상전개와 그 구성이 남다르다. 주제를 초장에 드러냄으로써 내용상 초장과, 중, 종장으로 나뉘는 이분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 3장시조에서 각 장의 첫 음보와 둘째 음보를 한 행씩으로 배치함으로써 운율의 미를 꾀함과 동시에 시각적으로나 의미적으로 강조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 인간을 비롯해서 모든 생명체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 우리에게도 한숨 쉬는 날이 있으면 웃을 날도 있기 마련 아니던가.

산사길 산문 앞에 노송은 기립하고

깊숙이 읍을 하니 엄중함이 몸을 감아

예심穢心을

털어내고자

육신 열熱을 내린다.

 

천왕문 들어서며 사천왕 발아래에

지은 죄 없습니다 속으로 되 뇌이고

부처 전殿

마음 하나가

합장하며 작아진다.

 

설익은 예불함에 백배하는 삶을 딛고

이제도 영생의 길 치부도록 굽어 빌며

이토록

다진 의지로

무궁 안녕 빌어본다.

- 이종복, 「산사의 산문에서」 전문

이종복 시인의 「산사의 산문에서」는 안정된 시조의 보법을 취하고 있 음을 알 수가 있다. 세 수의 연시조에서 각 수마다 초장과 중장은 장별 배행 으로 하고 종장만은 3행으로 배치함으로써 완결의 의미를 돋보이게 하고 있 다. 시상의 전개도 3단 구성의 순차적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자의 차분하고도 진지한 심성이 엿보인다. 순수한 정서를 시적 이미지로 승화시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분위기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순박한 표현이 이 시인의 개성임과 동시에 순수성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가을호에 실린 작품들을 편집 순서대로 살피면서 얕은 소견을 덧붙여 보았다. 주마간산 격으로 살피다 보니 혹이나 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언급하지는 아니 했나 자못 염려도 된다. 필자의 수준으로 생각하고 잘못은 양해를 바랄 뿐이다.

시조는 시조이기에 그 틀을 지키고 율격을 살리면서 절제와 함축으로 내 용의 현대화도 꾀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시조의 현안문제를 화두 로 삼아 그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의 시조의 형식 파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어서 야 될 일인가. 우리 일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출처 시조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