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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적 공간의 현재성과 의미의 확충 등록일 2016.07.18 15:4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65

6〈계간 시조평〉

 

 시적 공간의 현재성과 의미의 확충

 

                                                             

박 몽 구

 

  산에 들에 넘실거리는 초록 물결이 새삼 삶에 생기를 더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꽃샘추위에 엎드려 있던 밋밋한 가지에 연분홍 철쭉꽃이 만발하고, 그저 하나의 고사목으로 서 있던 주목에 새푸른 초록이 뒤덮인 걸 보면 무릇 물상의 얼굴은 겉과 속이 이렇게 다루구나 하는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시가지 시가 고정되고 진부한 의미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사물에 전혀 새로운 의미의 옷을 입히는 것과 사뭇 비슷하다. 시 쓰기는 사전적 의미에 갇혀 있던 사상(事象)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작업과 궤를 같이 하는 작업이다. 특히나 자유시에 비하여 언어의 절약과 의미의 응축을 생명으로 하는 시조에서는 이 같은 미학의 구현이 더욱 절실하다.

 

 인습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고 고정적인 현실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하는 현대시의 특질로 이율 배반성과 은폐의 기법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I. A. 리차즈는 대립적이며 보충적인 기법을 통해 사실을 왜곡, 위장, 은폐함으로써 정신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상응하는 것이 곧 현대시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현대시의 기법이 단순한 언어적 유희에서 벗어나 현대의 온도를 재고 정서적 탈출구를 강구하고자 하는 심리학적인 기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지적과 통한다.

 결국 현대시의 생명력은 인습적으로 주어진 의미망에 안주하지 않고, 시인이 채택한 사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실감있게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낡은 세계에서 벗어나 신선한 의미로 충만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을 얼마나 강하게 맛보게 하느냐에 시적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런 점에서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하고, 사전적 의미에서 결별하여 사상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시편들에 주목하여 보았다.

 

땅속에서 수천 년 잠을 자다 깨어난 돌

바닷길을 따라 와 아주 먼 타향에서

그 어느 용광로 앞에 기다리는 운명일 때

산처럼 쌓여 있는

내 동료들 몸 섞으며

상승하는 온도계 그 속으로 던져진 삶

쇳물로 붉게 울면서 더 단단함을 배웠지

가늘게 그리고 마디로 태어난 몸

살아온 삶의 무게로 내리치는 망치는

나무들 곧게 일어나는

직립의 사랑이다

한 번 벽에 대고 사랑하면 그만이다

두 번은 내 영혼을 부러뜨리는 아픔

아, 흙 속에 묻혀 흙이 되고 싶었다

두들겨 맞아야 사는 것이 내 운명이고

괴롭힘을 자랑처럼 몸에 입고 사는 난

이 세상 흔적 없는 삶 꿈꾸며, 꿈꾸는 일

 

                       -김수엽, 「못에 대하여」(《시조시학》 봄호)

 

 김수엽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현재적 삶에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있다. 그는 사물을 단순한 정제된 감정을 표백하는 수단으로 삼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망의 구축을 통하여 화자의 세계관을 집약해 내는 데까지 성큼 나아가고 있다. 위의 시에서 ‘못’은 건강한 노동을 발판으로 오늘의 삶을 꾸려가고 내일을 꿈꾸는 노동자들의 삶을 상징한다. 또한 일상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변용을 통해 허튼 재주가 아닌 몸으로써 밝은 내일을 열어가는 이들이 꾸려가는 삶의 궤적을 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유적 사유라고도 볼 수 있다. 화자는 ‘가늘게 그리고 마디로 태어난 몸/ 살아온 삶의 무게로 내리치는 망치는/ 나무들 곧게 일어나는/ 직립의 사랑이다’라고 언술함으로써 옆길로 벗어나는 일 없이, 오직 제 온몸을 쏟아 붓는 노동으로써만 삶은 건강해지고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유를 펼쳐 보이고 있다. 화자는 제 몸들로 내리치는 것을 가리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충분한 노력이 없이 돈과 지위를 거머쥐고 평범한 이들의 내일을 가로막는 왜곡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이는 결국 제 몸을 아낌없이 부려 한 걸음 한 걸음 부단하게 내일을 열어가는 이들에 대한 외경의 시선이다.

 일상어와 사뭇 거리를 둔 아어(雅語)와 개인적 정서에 침윤되어 있는 시조들이 미만해 있는 현실에서, 그의 시는 현실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적 감각의 구현을 통해 시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좀더 응축된 시상의 구축이 더해진다면 그의 시세계는 더욱 진경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수 판화속에

아내가 앉아있다

 

오래 앓고 일어난

뒷모습 부스스한데

 

‘오늘 또 눈부시다’고

그는 거기 적었다

 

여자가 아니고

아내라 그런가보다

 

열린 창 너머에는

그녀가 만든 꽃밭

 

길고 긴 결혼 속에서

앉아있는

여자

 

                              -강현덕, 「앉아 있다」(《시조21》 상반기호) 

 

 일상의 풍경을 뒤집어 본다

 

 강현덕의 시에는 여성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페미니즘적 사유가 자연스럽게 직조되어 있다. 또한 일상어와 상반된 아어에서 벗어나 새롭게 의미망을 구축하려는 지난한 시도가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해체적이라 볼 수 있으며, 고정된 가치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보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화자는 ‘오래 앓고 일어난/ 뒷모습 부스스한데// ‘오늘 또 눈부시다’고/ 그는 거기 적었다// 여자가 아니고/ 아내라 그런가보다’라고 언술하고 있다. 판화가 이철수의 말을 인유하는 가운데 뒷모습이 부스스한 여자는 눈부시게 보는 사유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겉모습만 잘 다듬어 가지런한 여자를 미인으로 보는 세속의 가치관을 전도시켜, 외모를 가꿀 짬이라곤 없이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고 진종일 허리를 펼 틈 없이 텃밭을 가꾸어 제 주먹보다 실한 열매를 거두는 여자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는 없다는 사유와 통한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속에 얽매여 사는 이들에게 여성을 보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경구를 함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승훈은 “시다운 것도 없고 시적인 것도 없다”고 갈파한 바 있지만, 강현덕의 시는 시조다운 것에서 벗어나 진정 새로운 시조로 가는 길을 고민하는 데서 빚어진 작품이다. 이번 시에서는 아낌없이 군더더기를 덜어내면서도 범상치 않은 의미망을 새롭게 구축해내는 품이 인상적이다. 한편으로 전체적으로 구조적 아이러니를 구사하고 있지만, 개별 시어들이 더욱 함축을 더하도록 배려한다면 더욱 탄탄한 시조 미학이 구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또 검문당했네, 가을 산 남겨두고

도심 속 새들 이미 떠나 그림자만 남았는데

두 팔을 살며시 올려

검색대를 통과한다

 

방송국 송신탑 너머 모스 부호 싣고 간다

깡마른 몸짓으로 금빛 물감 풀어놓고

장문의 연서도 함께

신호 따라 떠나간다

 

자꾸만 안으로 삭여드는 그리움이

바튼 기침 그렁거려, 낮달까지 그렁거려

흙 묻은 하이힐 한쪽

밭 가운데 뒹굴고 있다

 

허기에 지쳤는가, 넝마 옷 한 벌 입을 때

이따금 다리 절어 앉아 쉬고 싶지만

새들을 쫓던 한 사내

끝내 노을 놓지 못한다

                       -강상돈, 「허수아비」(《시조시학》 봄호)

 

영등포역 입구의 계단 한쪽 구석

펼쳐진 신문지, 종이 상자 위에

소주병 거머쥔 채로 쓰러져 누운 사내

길 건너 전자오락실 스크린 바다에

출몰하는 고래를 좇고 또 좇다가

한 마리 고래도 못 잡고 폭풍우에 지쳤나

고래를 발견하고 작살을 던지는 듯

연거푸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며

소주병 움켜쥔 손을 공중에 내젓는다

                    

                        -김창근, 「고래 쫓는 사내」(《시와문화》 봄호)

 

 허망한 상상으로 시종하지 않는 가운데, 오늘 우리 시가 딛고 있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작품 두 편을 골라보았다. 이 작품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직설을 피한 가운데‘허수아비’와 ‘고래’등 환기력이 풍부한 상징 시어를 통하여 오늘의 현실을 선명하게 투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조의 미학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시어의 다의성을 확보한 가운데 행간에 의미를 함축함으로써 시조의 그릇을 크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강상돈은 ‘허수아비’라는 시어를 통하여 자율성이 실종된 현대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알레고리의 구조를 통하여 화자의 의도를 넌지시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시의 곳곳에 배치해 두고 있는 ‘이항대립(二項對立)’의 시어들을 분석해 보면 작자가 지향하는 의미망을 명백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 즉 ‘허수아비’, ‘검문’, ‘깡마른 몸짓’, ‘바튼 기침’, ‘허기’ 등의 시어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 ‘가을’, ‘새’, ‘금빛 물감’, ‘그리움’, ‘낮달’, ‘노을’ 등의 시어군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앞의 시어군이 화자를 옭아매고 있는 제한되고 고달픈 현실이라면, 뒤의 시어군은 그로부터의 일탈과 실속 있는 결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의미망의 연장선상에서 화자는 ‘허기에 지쳤는가, 넝마 옷 한 벌 입을 때/ 이따금 다리 절어 앉아 쉬고 싶지만/ 새들을 쫓던 한 사내/ 끝내 노을 놓지 못한다’라고 언술함으로써 타율적인 삶에 끌려다니는 한편 꿈이 사라진 현실에서 일탈하여 휴식과 함께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삶에의 열망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강상돈의 작품은 현대적인 정서라 할지라도 단단하게 함축된 시어들과 풍부한 이미저리 구축을 통해 얼마든지 시조의 틀을 새롭게 할 수 있음을 묵묵히 말해주는 수작이다.

 김창근의 작품 역시 ‘고래’로 상징되는 일확천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으로 치닫는 오늘의 풍경을 잘 투시하고 있다. 고래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투기적 게임 ‘바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헛된 꿈을 향해 치닫는 현실에 대한 희화적인 표현이라기보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고용 현실처럼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지만 안정된 삶, 장밋빛 미래로 결과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즉 결코 고래를 잡지 못하는 초라한 삶의 투시도이다. 그런 점에서 ‘펼쳐진 신문지, 종이 상자 위에/ 소주병 거머쥔 채로 쓰러져 누운 사내/ 길 건너 전자오락실 스크린 바다에/ 출몰하는 고래를 좇고 또 좇다가/ 한 마리 고래도 못 잡고 폭풍우에 지쳤나’라고 언술함으로써, 현실에서 일탈당하여 전자오락실에서 벌이는 투기적 게임으로 보상받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의 삶에 대한 축소판을 그려 보이고 있다. 사설시조 등의 구조를 택하기보다 시조의 전통 율격을 견지하면서도 현대의 풍정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이 가는 시편이다.

 

 

동살이 번져오는 새벽의 문을 열고

출발을 준비한다, 붉은 눈을 껌벅이며

단단히 품고 갈 짐을 챙겨보는 그 어름에

 

깊은 숨 고르며 천천히 돌리는 바퀴

한순간 불꽃 일어 연기 한 줌 토해낼 쯤

햇귀도 등을 밀면서 신호탄을 터뜨린다

 

삶이란

설익은 속을 끓여가는 것이라고,

부글부글 끓이면서 익혀가는 것이라고

쏴하게 내뿜는 김 속의 더운 날을 끌고 간다

 

안개 속의 간이역을 몇 번쯤 지났을까

활짝 핀 밥풀 꽃이 턱밑에서 웃고 있는

뜸 들인 사유의 끝에 윤기 가득 흐른다

 

                    -백점례, 「어둑새벽 압력 밥솥」(《다층》 봄호)

 

 

어느 별을 찾아가던 고래였나 몰라, 너는

대양을 누비느라 깊어진 그 상처를

당기고 풀던 동아줄 항구만이 알고 있다

 

선창가 간드러진 젓가락 장단 맞춰

조기 떴다 부서 떴다 물때마다 끌어올린

초사리 새벽달이사 기울든지 말든지

 

마파람에 숨이 찬지 상앗대가 출렁인다

깡마른 별자리가 돛대 위에 걸린 채로

마라도 서남방 95마일 이어도산아 이어도

 

                 -김진수, 「파랑도를 찾아서」(《다층》 봄호)

 

 

 다의성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을 때

 

 

 다층》 봄호에 실린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 특집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전체저으로 패기 있고 새롭게 시의 길을 개척해 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돋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먼 데서 소재를 찾지 않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삶을 새롭게 돌아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시편들이 적지 않아 든든한 마음이다. 그 가운데 우선 두 신예의 시들을 골라보았다. 앞에 든 백점례 시인의 경우에는 일상에 밀착된 소재를 통하여 삶의 전체상을 투시하려는 시각이 돋보였고, 뒤에 든 김진수 시인의 경우에는 현실과의 관계는 다소 이완되어 있지만, 정제된 시어를 고르게 앉히는 품과 함께 시인의 추체험을 삶의 비의와 단단하게 연결지어 가는 품을 사고 싶다.

 백점례 시에서는 첫 대목을 ‘동살이 번져오는 새벽의 문을’여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선명한 이미저리로 처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선배 시인들의 조사법과 별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어 아쉽다. 이 시의 좌표는 오히려 세 번째 수로 놓인 ‘삶이란/ 설익은 속을 끓여가는 것이라고,/ 부글부글 끓이면서 익혀가는 것이라고/ 쏴하게 내뿜는 김 속의 더운 날을 끌고 간다’라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그가 압렵밥솥을 통해 환유하는 대로 우리네 삶은 더운 김을 마다않으며 묵묵히 이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리라. 직접적인 언술로 ‘삶이란’이란 말을 내세우지 않았더라면 더욱 큰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김진수 시인의 작품은 이어도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구전 설화를 넘어, 그것이 갖는 현대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로 시선을 옮겨 놓고 있는 점이 새롭다. 가령 첫 수에서 ‘어느 별을 찾아가던 고래였나 몰라, 너는/ 대양을 누비느라 깊어진 그 상처를/ 당기고 풀던 동아줄 항구만이 알고 있다’라로 언술함으로써 이어도는 상상 속의 섬을 넘어, 살갗을 파고드는 밧줄의 고통을 마다않으며 부단하게 결실을 향해 나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갈파하고 있다. 화자는 보이지 않는 이어도를 찾아 나아가는 삶의 풍정을 ‘조기 떴다 부서 떴다 물때마다 끌어올린/ 초사리 새벽달이사 기울든지 말든지’라고 묘사함으로써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들이 곧 주인공이라는 사유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의 시는 풍부한 미적 감각을 동반한 상징 시어들과 함께 전통 시조의 율격을 균형있게 배치하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그의 상징시어들은 현실의 삶과 단단한 연결고리로 엮여져 있어 보인다. 우리 시조의 다양성을 도하는 이 같은 조사법이 더욱 성숙되기 바란다.

 

 이번호에서는 시조의 현재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사유의 면면들을 살펴보는 한편, 다양한 조사법을 통하여 사상(事象)의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는 시편들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 시조가 더욱 새로워지고 다양성을 띠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시는 시를 구성하는 그 자체가 아니라 읽는이의 내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가 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즉 한편의 시가 우리에게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현실의 왜곡된 질서를 선명하게 파헤쳐 보임으로써 독자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지의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현대 정신의 산물인 현대 시조의 경우에는 자유시보다 더욱 함축적이며 행간을 풍부하게 열어가는 장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정신의 구현은 더욱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정적 정서 구현 일변도에서 벗어나 상반되거나 상이한 의미를 병치시키는 기법으로의 확장을 통해 시조는 더욱 풍부한 의미를 함축한 공간 구조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시조는 더욱 현재성을 띠게 될 것이며 장르로서의 입지 또한 넓혀질 수 있을 것이다.

-발췌 계간 『다층』2011. 여름호

 

  박몽구(朴朦救) : 1956년 광주 태생으로 전남대 영문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김현승 시 연구-시어를 중심으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월간 『대화』지 시 당선으로 등단하여, 『개리 카를 들으며』, 『마음의

                 귀』, 『봉긋하게 부푼 빵』, 『수종사 무료찻집』 등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연

                 구서로 『모더니즘과 비판의 시학』, 『한국 현대시와 욕망의 시학』 등을 갖고

                 있다. 한국 크리스찬문학상 대상 수상. 계간 《시와문화》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