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동문시장에서
볼일을 끝낸 새도 자취감춘 거리에
너덜한 라면상자 깔고 앉은 할머니
길어진 그림자만큼 세월을 세고 있다
마실간 하늘 빛도 돌아오는 저녘 무렵
오늘 물량 팔지 못해 떨이로 내민 하루
잰 걸음 멈춘 사내가 흥정을 하고 있다
무릎관절 성치 않아 손 짚으며 일어서도
입가엔 미소가 번져 떠날 줄을 모르고
내 뒤를 따라온 노을 어깨위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