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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무순>
달팽이 1
느릿느릿 가는데 무슨 욕심 더 부리랴
집 한 채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데
축축한 봄날이 오면 느림보로 살고 싶다
봄 1
왕벚꽃 흐드러진
길모퉁이 돌아서면
발그레 어린 내가
침 흘리며 서있다
김 오른
봉성올레에
어머니의 상애떡
아지랑이
겨우내 훈련시킨
꼬마 병정 몰려온다
순식간 온 동네를
휘감아 친 그 열기가
한소끔
어릴 적 기억
포박을 풀고 있다
벚꽃 3
이건 분명 역모를 꾸미는 게 틀림없어
은밀한 계획들이 서서히 드러날 때
세상을 뒤집어 버리자 일순간 꽃불 튀네
빗물
마음이 젖을수록
몸은 더욱 움츠리고
속울음도 빗물 속에
오롯이 뱉고 보면
유난히
붉은 동백꽃
하염없이 떨어지네
딱!
요 며칠 술맛이 좋아 코 비뚤어지도록 마셨는데
오늘은 음주 단속에 걸리고 말았네
시치미 딱! 뗀 담쟁이 낮달만 마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