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초승
김진숙
어둑한 귀갓길이 초승달 따라 간다
오래 뜬 별 하나가 전조등을 켜놓은
하늘가 한 뼘의 거리
은비늘이 반짝인다.
고모댁 불 꺼진 방
안부 살피던 이웃처럼
복사꽃 청상의 그늘 혼잣말을 엿듣다가
발걸음 차마 떼지 못하고
그렁그렁 뜨는 밤.
제주 바다 물속 어디 당신 몸 뿌리셨나
배고픈 아우 찾아 떠먹이던 숟가락
열아홉 한 술의 온기
초승달이 떠 있다.
《시조미학》 2013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