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집이 있다
박지현
아무리 뽑아봐라 밀어내고 밟아봐라
나도 고집이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풀뿌리 무끈한 발끝 만져본 적 있는가
하룻머리 길섶에 나앉아 손끝 다잡는 노인
뽑고 또 뽑는 일을 빚진 듯 깁고 있다
전생의 질긴 일구덕 아직도 깁고 있다
뽑힌 것이 풀뿌리인지 뽑는 이가 풀뿌리인지
누구도 언질 없고 뙤약볕만 허벅진데
어둑밭 손갈퀴에 어늬 잡힌 두 고집 지고 있다
-계간 『시조시학』 202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