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이란 말 김진희
청도면 당숲 어귀 느티나무
그늘같이
움푹 팬 고랑 따라 몸에 핀 저승꽃같이
뿌리가 밀어 올리며 종내 내는 푸른 힘
콩나물 국밥으로 허기 달랜 당숲 그늘
수도승처럼 앉아서 설법을 펼치던
아버지 그 자리에서 경전을 읽는다
마음 하나 말리고 싶은 세상 둔덕에는
허공의 벼랑을 타고 된바람이 불어 온다
가루분 흩뿌리는 햇살 사선을 넘어간다
오! 늘이란 침묵 속에 흐르는 강물처럼
도저한 뿌리 안에 새 촉이 움트는
구기리 뒷산 등성이
그 늘 같은
아버지
김진희 시인
199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내 마음의 낙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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