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장塗裝하다 오영호 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만 59평 대지 위에 지은 국민주택 이 저곳 금이 간 벽에 빗물마저 새어드는 30여 년 비바람을 막아준 벽을 향해 고압의 물 폭탄에 쏟아지는 구정물은 내 삶의 오욕 땟국도 덤으로 싣고 간다 진단과 수술 끝에 퍼티와 실리콘으로 미다스의 손처럼 땜질하고 봉합하는 도장공 빠른 손놀림에 상처들이 아물고 검버섯 깊은 주름도 롤러가 지나가자 옥양목 펼쳐놓아 펄럭이는 집 한 채 문패도 환한 얼굴로 나를 보며 웃고 있네
<오늘의시조 제16호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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