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 채
김진숙
삼 개월 무이자로 들여놓은 가을 한 채커튼을 젖히자 스며드는 햇빛 사이로감물 든 염색 스카프 흘린 것도 같고요
달이 그믐 쪽으로 한 귀퉁이 깨물 때마다불안을 물어뜯던 어릴 적 버릇은 남아몇 남은 나뭇잎조차 뜯어 먹곤 하지요
새들도 더 이상 집을 짓지 않는 시간방금 뜯은 불안은 책갈피에 넣어둘래요마음 쪽 부서지는 날 다시 꺼내 보려고요
『좋은시조』 (2020,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