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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유순덕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11.13 10:1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97
유순덕jp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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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덕

2016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3년 가람시조백일장 장원

2013년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연구서 <현대시조에 나타난 형식미학의 생명성 연구>, 시조집 <구브러진 햇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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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구두

 

 

밤늦도록 소슬바람 별자리가 휘고 있다

모래폭풍 부는 방이 공중으로 떠올라도

심 닿은 연필을 쥐고 청년은 잠이 든다

 

도시 계곡 빌딩 숲을 또 감는 회리바람

도마뱀 꼬리 같은 추잉검만 질겅대고

수십 번 눈물로 심은 비정규직 이력서 

 

윤기 나게 닦은 구두 구름 위에 올려놓고

조간신문 행간에서 술빵 냄새 같은 아침

환청의 발걸음 소리 꽃멀미에 가볍다

 

 

다산의 동백

 

 

강진만 소금기를 동백 숲에 내려앉네 

 

두륜산 산세 너머 바닷길 환히 열며

 

초당은 사직의 울음 계곡으로 쓰고 있네

 

 

붉디붉게 들끓어 사무치던 염원들이

 

한 잎 두 잎 타오르다 절정에서 목을 휘네

 

천여권 쌓은 책 속에 침묵을 밀어 넣네

 

 

둘이 될 수 없는 마음 폭포수를 끌고 와서

 

정석丁石이란 두 글자만 돌 위에 새겨 놓네

 

겹겹이 그리운 얼굴 동백으로 피고 있네 

 

 

 

물방울 현상학

 

 

저녁노을 얼비치는 병실 처마 고드름

날카로운 끝으로 희미한 호흡 겨눌 때

온몸을 둘둘만 통증 차갑게 일어선다

 

이런 저녁 깡통처럼 병상의 사람들은 

마른 침 삼켜가며 달뜨기를 기도한다

골 깊은 푸른 적의도 물방울로 맺히기를

 

제자리를 찾아 떠난 서름한 저 언어들

투명하게 몸을 비워 가 닿을 곳 찾는지

마침내 톡! 바닥을 친다, 꽃순의 말 환하다

 

 

 

설산을 오르다

 

 

밤안개에

휘감긴

초저녁 산봉우리

 

하나씩

물에 잠겨

서로가 하나 되듯

 

그렇게

네게 잠기며

설산을 향해 가리

 

 

여름 새벽 알을 보다

 

 

여름 새벽 연잎 위를 이슬들이 굴러가네

 

그 맨 끄트머리쯤 나도 가만 또르르

 

톡 토독! 연못 바닥에 두 귀를 대어 보네

 

 

자궁 속 두근 거림이 물을 밀어 올리네

 

이게 뭘까? 궁리하다 그만 깜빡 잠든 사이

 

오 저런, 둥글고 환한 분홍 연꽃 낳았네

 

 

 

흑산, 그 소나무

 

 

 

흑산 바다 절벽 위에 거꾸로 선 소나무

 

바다만 바라보며 미동 없이 버티다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갈라 터진 줄기로 해와 달에 대들다가

 

떠나는 물새 울음 조각조각 찢어보다

 

다시는 먼 곳을 향해 눈 맞추지 말자고

 

 

불길도 지나가고 물길도 지나간 길

 

침묵에 묻은 아픔 물안개로 토해내다

 

벼랑 위 지나는 바람에 제 영혼을 날린다

 

 

 

겨울산

 

 

누구 이런 사람 보신 적이 있나요

 

금강초롱 한 송이

곱게 피운 사람을

 

사붓이 봄눈으로 와

소곤대는 사람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야 한다고

 

아픈 손 내밀어 꼭,

쥐었다 놓은 사람을

 

말없이 겨울 산으로

걸어간 그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