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한분옥 시집 <山菊매운향>
등록일
2023.05.22 10:5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64
오월
먼 데서 온 편지에 말문이 툭 터져서
잠 덜 깬 흙 가슴을 한나절 토닥이네
연둣빛 새 피가 돌아 뭇 벌레로 기어가듯
어디라 꽃 한송이 받아본 적 없는 내게
가슴 안 봄빗장을 슬쩍 뽑아 건네주던
오래된 그 장미 가시 오월이면 또 찌르네
젖니가 새로 돋고 솜털이 촘촘 일던
내게도 그런 날이 진작에 있었던가
그 하루 섭섭한 일마저 물오르는 한나절
겨울 맛
무생채 총총 썰어 살엄음을 두드리나
잔뼈가 씹힐 만큼 혀끝을 깨물었나
달고도 쌉스름하니 아린 속을 달래니
무심코 들이키는 한 그릇 장국물에
한기가 들끓다가 뼛속까지 타드는가
뚝배기 코를 박은 채 스러져 간 오늘이
한 뼘 거리
잇몸에 새 이 돋던 어린날 곱던 때가
꿈인듯 그런 날이 솜털 푸른 지난날이
내게도 새 봄 같은 맘 이쯤에서 한 뼘 거리
떨이를 사며
한 입에 하나씩은 물리려는 요량으로
파장을 기웃대다 떨이를 골라본다
무른 데 도려낸다면 반이나마 건질까
끝물은 끝물인 채 덤으로도 받았거니
이참에 인생 떨이 내리막을 갈지라도
헐벗은 비알 밭고랑에 배추씨를 넣는다
멧비둘기 우는 저녁
어쩌다 이참 저참 들쑤시던 마음 밭에
먹먹한 봄 한 철 푸릇푸릇 깊어지나
까짓껏 엎치락 뒤치락 방 뺏다가 드는 방
때늦은 저녁상에 애탕
艾湯
이 끓는 동안
그나저나 푸샛것들 그나저나 맛이 들어
단김에 묵은 독 깨니 사발에도 굽이 있네
애꿎은 가시들이 목젓에 걸렸구나
여태도 선 갱죽에 숟가락을 걸쳐놓고
늘어진 이 무슨 봄날 꺽쉰 소릴 달래나
이 고요 속에
저만치 나가 앉은
돌은또 돌로 앉고
칼로 베지 못한
물소리만 흘러와서
내 뼈의
마디마디를
이 고요속에
걲는다
난초
얼음 같이 싸늘한 진검의 날이 선다
먹을 갈아 난을 치다 찰나를 베고 가는
단
필에 피 한방울 없는 죽음보다 진한 향
활
헌연한 칼빛 아래 서둘러 결박을 풀고
피 뱉던 울부짖음 그마저 잦아들어
팽팽히 살을 먹인다, 시의 긑의
野性
!
개양귀비
어쩌다 무정 삼월 네가먼저 꽃피느냐
작두날 벼린 봄이 이내 곧 시들던가
환각에 취힐까 보냐 낯이 화끈 뜨겁다
첩첩이 달인 마음 가쁜 숨 나 몰라라
이리도 기별없이 낯모를 헛바퀴를
노지에 빈 담자고서 헛꽃이나 피우는
달팽이
가시며 사금파리 맨살로 밀고 간다
오월 햇빛아래 신법 난 그 새댁이
투병한 실핏줄 위에 몸집 한 채 지고 간다
목록
수정
삭제
쓰기
다음글 |
윤정란 시조집 <너는 나와 달라서>
이전글 |
김남규 시집 <나의 소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