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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정
경남 창원 출생
2004년 계간 <시조문학> 신인상
2011년 제1회 울산시조문학상
2012년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신인상
2012년 정형시집 <향기를 배접하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시조협회, 울산시조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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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큰물 진 후 뒤집힌 속을
가만 다독이는 강
길목마다 몸을 섞는
하천 지친 실개천들
강물은
편 가르지 않는다.....
다만
바다에 닿을 뿐......
물푸레나무를 읽다
아마도 너는 전생에 지중해였던 게다
무수하게 반짝이는 저 푸른 물조각들
물푸레, 길게 부르면 온몸으로 출렁이는
초록의 씨알들이 눈을 뜨는 골짜기
그 바다 넓은 품을 온통 다 지고 와서
그것도 짙은 쪽빛만 뼛속까지 끌고 와서
전생에 너는 아마도 지중해 파도던 게다
바람도 물빛 바람 온 산맥을 휘감고 와
환골을 다 끝낸 바다, 눈부시다 푸른 전언
이맘때
가지와 가지 사이가 묽어지는 오후 한때
늦저녁 바람이 와서 하늘을 당겨 매고
제 몸의 깊이를 다 잰 나뭇잎 붉게 진다
허공에 돌을 던져 가만히 귀를 댄다
중심에서 멀어지는 파문 혹은 깊은 고요
잠행이 끝났다보다 우듬지에 별 돋는다
찔레꽃
야야, 니 머리가 언제 그리 세 버렸노
나는 인제부터 머리 염색 안 할란다
아파라, 야윈 이마에
하얀 꽃잎 흩느니
소복하게 햇살 피어 하르르 내리는 길
언제 그랬냐는 듯 꽃 다 이운 이 길에서
허공에 꽃그림 그려 당신께로 보냅니다
11월
-부부
실금 간 국그릇처럼
구멍난 양말처럼
다 낡은 셔츠 한 장
꽃에 걸린 빈 방처럼
그 길로 이안삼각의,
누가 절며 오고 있다
주남 저수지 3
-가시연
여기 서면 네 생각도 늪처럼 깊고 깊다
바람이 세고 있느 낮달의 물주름을
무심히 툭 치고 가는 깃이 붉은 새 한마리
수면이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다
야만의 가시들을 하나 둘 뽑아내며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눈물을 참는 일이다
그러나 봄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찢어지게 가난해서 빈손만 내민 나무
그 무게 견디느라 허리가 굽었구나
긴 팔을 둥글게 휘어 오는 봄을 가늠하는
아기는 엄마 등에서 분홍빛 잠이 들고
이고 가는 바구니엔 따뜻함이 담겼겠네
눈썹이 젖는가보다, 가지 끝이 촉촉하다
동박새 동백에 들듯
-시법詩法
활활 타는 블랙홀이네
갓 벙근 꽃,
그 동백에 동박새 들듯
서릿발 성성 박혀도
무심하리
저 바람
초승달 2
좁은 속 더욱 좁게 웅크리고 앉아서
안으로만 울을쳤네, 너는 괄호 밖이라고
등 돌린 광대무면이 네 넓이를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