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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한분옥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8.13 14: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44


한분옥.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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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1987년 예술계 문화예술비평상 당선.

 2004년 시조문학 당선.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꽃의 약속, 화인, 바람의 내력.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한국문협작가상, 한국수필문학상, 연암문학상 대상,

울산문학상, 울산시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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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서 밀양까지

 

 

 

 

해발 구백 미터 간월산 고개 넘어갈 때

등짐 진 채 쉬었다는 장꾼들의 선짐이질등

 

나는 왜

아닌 벼랑 아닌 짐꾼에

못 벗고 선 오늘인가

 

 

 

 

칸나

 

 

 

 

본시 내 울음은 저 불 속 칸나의 것

 

마른 입술 깨문 채로 또 다른 불에 닿는,

 

못 지울 상처의 꽃인 것 울컥대는 내 목숨은

 

 

 

 

이 고요 속에

 

 

 

 

저만치 나가앉은 돌은 또 돌로 앉고

 

칼로 베지 못한 물소리만 흘러와서

 

내 뼈의 마디마디를 이 고요 속에 꺾는다

 

 

 

 

간절곶

 

 

 

 

내 생애 첫 햇살도 저리 붉게 왔을까

 

차라리 눈부셔라 어머니 단속곳에

 

탯줄을 끊어낸 아침 핏빛 속에 나를 안고

 

명줄을 잡아당겨 활을 긋는 순간이다

 

토할 것 다 토하고 삼킬 것 죄다 삼켜

 

바다도 산천도 들끓어 출렁이는 첫 울음

 

 

 

 

돌이나 삶아 먹고

 

 

 

 

쌀알 같은 싸락눈이 댓돌 위에 내리어서

 

누구도 알지 못할 내 남루의 시린 등에

 

차고도 슬픈 별 하나 홀로 업고 허청댄 밤

 

어둠인 내 안에서 돌이나 삶아 먹고

 

풋잠 든 새벽녘의 꿈이면 또 꿈이라서

 

꽃 지고 잎 진 다음에 벽을 안고 돌아눕지

 

 

 

 

운다고 울어지더냐

 

 

 

 

벼루에 먹을 갈듯 감추어둔 어둠을

 

운다고 울어지더냐 말 다 할 수 있더냐

 

이 적막 생솔로 타는 밤을

 

네가 왜 우느냐

 

설령 어느 비탈에 사랑 두고 왔대도

 

나처럼은 말거라 울음 울지 말거라

 

질러 온 짧은 봄 허리

 

물러서지 말거라

 

 

 

 

꽃 다 진다 잎 진다

 

 

삼월도 새물 냄새 흩적삼 갈아입고

뜨거운 시간 번져 잎이며 꽃 되기까지

천천히 당기는 몸빛

늦추지 마라 꽃 질라

 

덩달아 바빠졌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갚지 못할 빚을 얻어 햇볕을 사서라도

얼었다 녹았다 하다 담벼락을 헐겠다

 

콩을 사서 콩을 볶듯 다시 또 봄은 오고

휘늘어진 버들가지 불어온 그 바람을

혼자서 어이 막을까

꽃 다 진다

잎 진다

 

 

 

그런 날

 

 

 

분꽃 자리 그 아래 씨앗 주워 모으던

 

부끄러운 두 손을 봄빛 속에 펼쳐들고

 

바람도 먼 길 끝에서 흙을 굽는 그런 날

 

 

 

들찔레를 그리다가

 

 

진 날 갠 날 없이 들찔레를 그리다가

묵정밭 갈아엎은 속살이 뜨거워라

온 들을 득달같이도 넌출대고 출렁대니

 

그 천출 무지렁이 비린 피내림이여

회돌아 들물 날물 시름이야 깊든 말든

꽃 다 진 봄빛 사이로 속절없이 번진다

 

 

 

 

 

여인의 시간

 

 

 

 

부러진 칼날 끝에 날것의 욕망 끝에

울부짖는 피를 달래 잠재우는 여인 있다

아직도 수직인 바위, 손바닥엔 손금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숨 막히는 밤의 허리

온몸에 칼금 긋는 버린 봄날이 있었던가

 

이제나 저제나 정 붙인 인연살이

제 몸을 퉁소 삼아 울어도 보고 싶다

애끓는 몸말에까지 그 지문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