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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한성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10.30 21:3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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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

전남 장흥 출생

1972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당선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시집 <가을 적벽> , <볏짚, 죽어서도 산다>, <과정>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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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폭포

 

 

뚝 끊어진 흰 물길이 두 발을 잡아끌었다.

키를 낮춘 풀잎들이 속이 비어 울던 날

처음엔 산의 울음을 가슴에 품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한 아픔처럼

막혔다 터진 절규 비상하는 물줄기

빛바랜 무명천 하나 무지개를 걸었다.

 

한겨울 휑한 눈빛 깊어진 산맥들이

물속의 그림자를 건져내는 저녁 무렵

묵었던 내 안의 울음 하얗게 풀었다

 

 

시월 끝동

 

발 시린 오리나무 샛강 건넌 배경으로

은어 떼 바다로 가는 시월 끝동 조금 지나

하늘 툭툭 튀는 빛 흑점으로 박힌다.

 

세상에 변치 않은 것이 어디  하나 없으랴.

묵은 때 벗겨내는 목간통 즐거움처럼

핏물 밴 마지막 가을, 그 뒤태가 참 곱다.

 

 

전각前脚 3

-유인遊印*

 

 

부랄 전등 아래서 늦둥이 하나 만든다.

그래, 있어도 그만 없어서는 더욱 안 될

흰 여백 허전함을 위하여

붉은 뼈를 심는다.

 

*화면의 허전한 부분에 찍은 낙관. 문구는 자유럽게 표현한다.

 

 

지팡이

 

무심코 손에 쥐어든 박달나무 막대 하나

어머니가 두고 가신 늙은 발이었다

한 세상 굴곡진 길을 평발로 걸어오신

 

앞발이 이끈 대로 따라 나선 뒷발처럼

늙으면 지팡이도 의지하는 몸인 것을

불혹의 고갯길에서 발이 먼저 알고 있다.

 

동짓달 찬바람이 나이테를 감는 밤

발목이 붉은 박새 볼에 묻은 흰 점처럼

어머니 놋대접 사랑, 길을 환히 열고 있다

 

 

골목길

 

 

싸락눈 내려앉은 낯선 마을 안쪽

 

울퉁불퉁 하지정맥 앓고 있는 골목길이

 

곰삭은 새끼줄 같다,

 

풀어져 흘러내린

 

 

탐진강 소견

 

 

하류물이

상류물을

끄집어 내리는 곳

 

허연 물뿌리를 뽑고 있는 사람들이

 

해질녘

늙은 강폭에

붉은 노을 풀고 있다

 

 

참깨를 털며

 

 

차일처럼 산 그림자 밭머리 덮을 무렵

허공에 머리를 띄운 발목 묶인 깻단들이

내려친 대나무 매에 꾸욱 다문 입을 연다.

 

앙상한 어머니의 갈퀴손을 보고 있다.

오디 빛 눈물 같은 저승 꽃 대여섯 점

팽팽한 생의 저울 추, 한쪽으로 기우는

 

층층이 몸을 포갠 산 다랑 밭뙈기처럼

가진 것 다 내주고 몸도 따라 말리는,

어머니 월남치마에 꽃노을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