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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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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일연 시조시인 작품방 01 등록일 2018.11.17 19:5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291

====================차   례========================

봄, 고양이/ 바람의 협곡/ 나무는 태양을 향해 수직으로 걸어간다/ 파지破紙/ 마음의 지도/ 무창포/

================================================

 

 

봄, 고양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저 애는 나의 주인

 

분홍 입술 내밀고 분홍 발톱 눕히고

 

꼬리에 머리에 얹고 몸을 핱는 팜므파탈

 

나른한 햇볕 아래 실눈 뜨고 있지만

 

소리 없이 우아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어디로 튀어버릴지 도무지 알수 없는 

 

 

바람의 협곡

 

 

다 떠난 골짜기에 하루 두 번 오가는

 

진눈깨비 한 십년

뮤서리에 한 십년

 

기차는 텅빈 공덕을 바람에 닦으며 가고  

 

말을 잃은 철길이 이별보다 서러워

 

꽃지고 새도 가고

별도 감감 먼 하늘

 

바람은 적막강산 불멸 새기며 간다

 

 

나무는 태양을 향해 수직으로 걸어간다

 

 

미혹

그 뿌리가

 

무성하면 할 수록

 

숨어든 짐승의 숨소리 같은

침묵으로

 

수만 년

빙하의 협곡을

걸어온 발바닥으로

 

 

파지破紙

 

찬바람 가지끝에 마른 잎이 서너장

 

컵라면 믹스커피 감빡이는 광고탑에

 

컵라면 믹스커피로 사는 버림받은 사람들

 

 

문닫고 보일러 넣고 불빛을 환히 켜고

 

나는 무슨 폭력에 무슨 농성을 하나?

 

절망을 모르는 절망이 자꾸 찢어지고 있다

 

 

마음의 지도

 

「마음의 지도 」라 쓰고 다섯행을 띄운다

 

내 어깨에 치지 말고 당신은 지나가 달라

 

창밖에 눈 오시는지

시詩가

고요해진다

 

구름의 손을 놓고 덜어지는 꽃잎들

 

주변에서

멀리

나도 손 놓는다

 

길 위에 내리는 빛이, 고요가 따듯해진다

 

 

 

<2016년 한국시조대상수상작품집에서>

 

 

무창포

 

  

무창포 해변에 횟집 푸른 수족관

 

조가비 눈을 뜬다 바다인 줄 알고

 

그대가

바다인 줄 알고

눈이 부시게 바라본다

 

스르르 입 벌린다 갯바위 파도 기슭

 

보고 싶다 철썩이는 물거품이 그리워

 

아득한

유리 바다에

혀를 붙인 꽃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