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류미야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8.25 18: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97

눈먼 말의 해면.jpg

---------------

류미야

2015년 월간 <유심> 신인상 시조 등단

2014년 제3회 님의침묵전국백일장 장원

웹진 월간 <공정한시인의사회> 발행인겸 주간

서울대 디지털대학교 문창과 초빙교수

---------------------

 

벼루

 

 

한 치 빈틈도 없어 뵈는 옥돌인데

오돌토돌 요철 있어 먹이 갈린 답니다

 

강고한 저 몸 어디에

틈을 품고 있을까요

 

그 품에 먹을 가니 짙은 못물이 굅니다

날이 섰던 시간도 따라, 우묵해집니다

 

먹먹한 마음 한 필지

농담인 양 환해집니다

 

 

이카루스

 

 

한껏 날아올랐지, 나래 쳐, 올라갔지,

 

불타는 내 마음이

태양인 줄 모르고

 

한 발짝 더 가면 녹는 걸

깜박했어,

바보같이

 

 

초승달

 

 

적막으로 걸어 잠근

어둠의 문 바깥에서

 

수런대는 인간의 뜰

너무

궁금해

 

천공天公이 실눈을 뜨고

엿보시는 중이다

 

 

 

 

온전히 저를 태워 일획이 된 살별*처럼

 

다만, 사라짐으로 허공을 끌고 가는

 

 

한 점

 

방점을 찍자 완성되는

 

하늘의 말

 

 

*꼬리별

 

 

 

실종

 

 

사내의 떨켜가 진 곳

낙엽들 앉아 있다

 

늘 등의 표정만 잎맥처럼 무성하던,

아무도 기억 못하는 한 아침이

지워진 날

 

한데 머리를 묻고 허기 채우는 새들 곁

공복으로 겨운 수레

죽기로 비워 내더니,

 

미제未濟의 부재를 통해

끝내 입증되었다

 

 

어떤 동거

 

 

볕 든 지하도 입구

한 사내

곁을 내주자

 

다리 하나 비둘기

비칠, 걸어 들어간다

 

겨울날 나누어 덮은

햇살빛

모포 한 장

 

 

토르소

 

 

어둠 속 생각은 무저갱의 낭떠어지

바닥없는 그 절벽을 뛰어내리지 못한다

마음은 머나먼 여정

손발까지 영원이다

 

가슴속 이야기가 백지에 스미는 밤

밤을 다해 달려도 못 닿는 곳이 있다

관창이 끊어낸 것은

목이던가 말이던가

 

허투루 짓는 표정 손발의 일 아니면

혼감한 혀의 언사 일생의 길 못 된다면

차라리 사족은 지운다

가슴 하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