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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야
2015년 월간 <유심> 신인상 시조 등단
2014년 제3회 님의침묵전국백일장 장원
웹진 월간 <공정한시인의사회> 발행인겸 주간
서울대 디지털대학교 문창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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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
한 치 빈틈도 없어 뵈는 옥돌인데
오돌토돌 요철 있어 먹이 갈린 답니다
강고한 저 몸 어디에
틈을 품고 있을까요
그 품에 먹을 가니 짙은 못물이 굅니다
날이 섰던 시간도 따라, 우묵해집니다
먹먹한 마음 한 필지
농담인 양 환해집니다
이카루스
한껏 날아올랐지, 나래 쳐, 올라갔지,
불타는 내 마음이
태양인 줄 모르고
한 발짝 더 가면 녹는 걸
깜박했어,
바보같이
초승달
적막으로 걸어 잠근
어둠의 문 바깥에서
수런대는 인간의 뜰
너무
궁금해
천공天公이 실눈을 뜨고
엿보시는 중이다
새
온전히 저를 태워 일획이 된 살별*처럼
다만, 사라짐으로 허공을 끌고 가는
저
한 점
방점을 찍자 완성되는
하늘의 말
*꼬리별
실종
사내의 떨켜가 진 곳
낙엽들 앉아 있다
늘 등의 표정만 잎맥처럼 무성하던,
아무도 기억 못하는 한 아침이
지워진 날
한데 머리를 묻고 허기 채우는 새들 곁
공복으로 겨운 수레
죽기로 비워 내더니,
미제未濟의 부재를 통해
끝내 입증되었다
어떤 동거
볕 든 지하도 입구
한 사내
곁을 내주자
다리 하나 비둘기
비칠, 걸어 들어간다
겨울날 나누어 덮은
햇살빛
모포 한 장
토르소
어둠 속 생각은 무저갱의 낭떠어지
바닥없는 그 절벽을 뛰어내리지 못한다
마음은 머나먼 여정
손발까지 영원이다
가슴속 이야기가 백지에 스미는 밤
밤을 다해 달려도 못 닿는 곳이 있다
관창이 끊어낸 것은
목이던가 말이던가
허투루 짓는 표정 손발의 일 아니면
혼감한 혀의 언사 일생의 길 못 된다면
차라리 사족은 지운다
가슴 하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