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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서성자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11.04 11:4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871

========================차 례===========================

까치밥 / 상강 무렵 / 쓸 만한 잡담 / 꽃무릇 곁에 /  달맞이꽃 / 봉숭아 끝물 / 안개꽃을 말리며 / 봄을 듣다 / 소품 / 정물 /

====================================================== 

 

까치밥

 

 

삶은 거대한것

그렇게 믿었다

 

떠날 것 보내야 할 것

경계를 지우느라

 

새들이

발인을 마치고

 

아침을 부를 때까지

 

 

 

상강 무렵

 

 

반쯤 썩은 늙은 호박

밑을 도려냈다

서리 앉은 골을 따라

물러진 아랫도리

 

한때는

피와 살의 일로

뜨거웠을 길이 깊다

 

자궁을 들어냈다며 그녀가 웃는다

밤새 산을 굴러온 단풍물 소리로

 

몸 한쪽

흐적흐적 지우는

그믐달 눈이 붉다

 

 

쓸 만한 잡담

 

 

시 한편 써보려고

아비를 토막 내고

 

시 한편 건져보려고

어미를 발라먹고

 

구름길 먼저간 피의 족보를 뒤적이다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면

알아도 할 수 없지

 

쓸 만한 외로움을

던져주고 너는 갔으나

 

서너 편 살을 섞은 기억 잡담처럼 시시한

 

 

꽃무릇 곁에

 

 

 

다음 생에 살자는 말

버려두고 스쳐가시길

 

가슴에 새긴다는 말

그길 끝은 저리 먼데

 

새빨간

거짓 부름에

 

혹시혹시

흔들리는 꿈

 

 

 

달맞이꽃

 

 

 

잘못했다 말하고 울고 싶은 그믐밤

 

달이 삼킨 말

 

한 번도 본 적 없는 말

 

노랗게 밤을 이고 걷다

 

생각나지 않는

 

널, 지운다

 

 

봉숭아 끝물

 

 

안녕, 하고 말하면

그대 왈칵 그리워서

성의 없는 목례로 여름을 보냅니다

 

매미가 놓고 간 소리 오해처럼 깊습니다

 


이리저리 굴러가 옛일로나 필까요?

대답대신 저녁 햇살이

잠시 흔들리는데

 

선홍빛 그림자에 닿는

바람이 참

가볍습니다

 

 

 

안개꽃을 말리며

 

 

우리가 서로였을 때

 

전생인 듯 눈 내린 새벽

 

아무도 모르게 먼저 온 뭇별처럼


 

달려와

 

머뭇거리지 말고

 

우리 약속

 

환한 길로

 

 

봄을 듣다

 

 

어제는 옛 연인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가난한 어미들은 새끼를 안고 허공이 되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개나리는 수군거리고


 

사랑이 살아 있는지 질문하듯 밝은 아침

 

푸른 까치 한 쌍이 천 조작을 물고 난다

 

오늘 밤

 

저 둥지의 소리

 

분홍처럼 따듯하겠다

 

 

 

소품

 

 

먼 시인의 시집을 넘기다가 웃는다

 

오래 붉은 꽃들 옆에 무채색 들꽃 하나


 

풀 같다

 

머쓱하게 돋은

 

'한사람 건너'

 

놓인 말

 

 

 

정물

 

 

겨울 새벽 국도변에 고라니 둘 누워있다

불빛도 경적도 침묵처럼 스쳐간다

 

순정이 저런 거라면

먼 길은 꽃봄일 듯

 

먹는 일 걱정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연분홍빛 종교를 안개가 수습하는데

 

맨발로 오물거린다

조용한

생의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