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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순권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02.17 22:1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919

=====================차례==========================

젓가락/ 흑산도 노을/ 초여름 문장대/ 수막새의 달/ 은행나무의 하야/

어떤 천덕꾸러기/ 여름 배꼽/ 퇴근길/ 나비잠/ 담쟁이 새잎 나다/

=====================================================

젓가락

 

 

몸도 따로

속도 따로

짝짝이 한 쌍으로

 

기우뚱

발맞추다

허방 짚는 가시버시

 

아무렴! 동행의 두 발

사람 인人 자 쓰고 있다.

 

 

흑산도 노을

 

 

분화구 품어 안고 난바다를 떠도는 섬

갈맷빛 빈 하늘길 철새 떼만 오면가면

불덩이 식히지 못한

사초 하나 무젖고.

 

화석같이 굳어져도 삶터란 늘 성소일까.

따라지 맨발 따라 탁본 뜨던 세월 뒤로

또다시

젖은 솜처럼

하루 접는 오늘 진다.

 

날름대는 푸른 불꽃 제 살 깎는 먼 바다에

가없이 너울거리는 괭이갈매기 목쉰 울음

풍화한 벼랑의 시간

해국 한 떨기 설핏하다. 

 

 

초여름 문장대

 

 

책갈피 뒤적뒤적 줍는다, 이삭 몇 낱

 

잇속 좇는 하루하루 흥정하듯 구걸하듯

 

한세상 티끝에 절다 속리의 품 안길 때.

 

빼곡히 찬 초록 장서 생금 같은 숨결 뿜네.

 

산마루 너럭바위 벽 허문 열람석 너머

 

첩첩이 경전 펼친 산, 섬이 되어 떠간다.

 

 

수막새의 달

 

 

숫눈 밟고 걸어오는 애벌구이 앳된 얼굴

눈에 괸 호수 찰랑, 배시시 웃음 흘린다.

진양조 일렁인 달이

이지러진 생을 끌고.

 

추녀 끝 무릎 꿇고 비손하는 연꽃 세상

만파식적 귀가 멀어 홀로 갇힌 하늘 아래

또다시 숨을 고르고

떠오른 여인의 달.

 

날개 꺽인 토르소다, 솔기 없이 도담한 선

하현달 차오르는 하얀 법열 강물 이뤄

휘영청!

천년의 미소

빛살 가득 여울진다.

 

 

은행나무의 하야

 

 

부챗살 초록 바다 일렁이던 제국의 왕

 

황금 보관 버겁던지 미련 없이 내던지고

 

텅 비운

하늘 끝자락

융단 길 밟고 간다.

 

 

어떤 천덕꾸러기

 

 

해거리 파도 타는 저 밭이랑 넘실댄다.

 

똬리 튼 눈물 자루 길섶 한켠 양파의 성

 

풍작의 짙은 그늘에 나앉게 된 노숙자.

 

씨알 굵은 살붙이들 땡볕에 모로 누워

 

하늘가 어느 지붕 밑 깃 접을 곳 찾고 있나.

 

빛바랜 스펙 걸치고 한뎃잠을 청한다.

 

 

 

여름 배꼽

 

 

1.

풀빛 아이 물장구질 매미 울음 흩는 한낮

공중제비 넘는 버킷, 배꼽 와락 물 폭탄에

휘우뚱!

땡볕을 안고

부서지는 물보라.

 

2.

배꼽들이 활보한다, 애먼 태양 원죄인가.

허물 벗은 이브 허리 뱀의 혀 날름거리는

이 한철

천둥벌거숭이

면죄부라, 면죄부라.

 

 

퇴근길

 

 

뒷굽 닳은 신발 끌고 허겁지겁 오가는 길

 

긴 그림자 드리우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여울 목 흘러온 강물

 

판화 한 장 찍어낸다.

 

늙은 나귀 걸음 같은, 게으른 그 퇴근 시간

 

플라타너스 그늘처럼 깊디깊은 눈망울로

 

길 따라 밀물져 오는

 

어둠 한 짐 덜어낼까?

 

 

 

나비잠

 

 

흰 연꽃 탐하다가

잠의 수렁 빠져든다.

 

너울너울 꿈길 따라

꽃살문 건너는 한낮

 

귀 째는 매미 울음에

아기 나비 움찔한다.

 

여린 발목 미처 못 뺀

고깔 쓴 무딘 춤사위

 

기슭에 핀 일곱 빛깔

무지개를 쫓아가다

 

보시시

웃음 직는다.

배냇짓하는 날에.

 

 

담쟁이 새잎 나다

 

 

담벼락 움켜잡고 곧추서서 참선하듯

여위고 마른 덩굴 수액마저 돌지 않고

봄 마중 시새우는가.

한눈팔며 더디 온다.

 

대지를 적신 비에 살그머니 움은 돋아

불그레한 조막손을 가위처럼 펼쳐든다.

담쟁이 새잎 매달고

면벽고행 드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