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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선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출생
2005년 미래문학 등단
2009년 제주신인문학상
젊은 시조문학회 회원
애월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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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4월들녘
발아래 볕고사리들
채근담을 읽고 있네
굽혔다 필 때마다
허리를 두들기네
저만치 홍자성洪自誠이가
물뿌리고
있
었
네
담쟁이
초록 손을 흔들며
찰싹찰싹
안겨 붙네
돌하르방 심장에도
피가 도는
이
오월
불현듯 떠오른 친구
주소록을 뒤진다
수레국화
레프트훅 라이트훅
왈짜들이 달려들어
한바탕 소란을 떠는
우리 집 아침 마당
한가득 배달되었다.
하양 분홍
보라
꽃
찔레꽃
꽃들도 오월이면
시집가고 싶은가 봐
가지 끝 잎새마다
연지곤지 찍어 발라
하얗게 면사포 쓰고
담장 슬쩍
넘
는
다
할미꽃
산허리 깍이고
다시 또
깍입니다
등 따시게
배부르게
살기 위함이라죠
아, 젊어 골다공증이라나
지팡이를
주세요
나팔꽃
비가 와도 나팔꽃은
오늘 일을 미루지 않아
아스팔트 그 위로
물그림자 새겨가며
뚜뚜뚜, 어서 일어나
기상나팔
또
분다
눈을 떴다 하여
깨어난 건 아니잖아
가랑비에 젖은 옷도
젖은 채로 입고 사는
분리대 나팔꽃 송이가
나랑 함께
걷는다
독도 멍석딸기
차라리 음담패설이면
웃고나 말 일이지
무대포 저들의 억지
낯 뜨거워 죽겠네
독관사 홈페이지가
새빨갛게
익
데
물봉선
꼬투리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살지
차라리 드러내자
그게 살길이라며
성 다른 봉선이 둘이
그넷줄을 탄단다
부처꽃
순금의 불상보다
소중한 걸 아시나요
진정한 출가란
노숙에서 시작된다며
차라리 발 닿는 곳에
가부좌를
틀
으아리
하얀 꽃 송이송이
십자가 목에 걸고
하나님 말씀따라
부처님도 알고 싶어
사찰 안 담벼락에서
부처 경전
읽어요
비짜루 국화
실직에 막가 봐야
노숙밖에 더 있겠니,
국화 송이 탈을 쓰고
거리 쓸던 그 사람
지는 해 한 줄기조차
따뜻하다
합니다
자주쓴풀
쓴소리 자주 들어야
빛깔 고운 법이란다
불도저 포클레인
인제 그만 물려줘요
한 번쯤 저의 쓴소리
들어 달라
광대나물
주머니 열어두어라,
어릿광대 나가신다
설피도 없다네요
털장갑도 없다네요
그래도 내 통장으로
봄이 쌓여 오네요
석류
열네 살
다민이
이마에 동그마니
주저앉은 저 여드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터졌다, 우리 다민이
사춘기를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