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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애자 시집 <풀각시>
등록일
2022.09.09 16:3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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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자
1955년생.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
제5회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공모 장원.
시집 《송악산 염소 똥》, 《밀리언달러》,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
시선집 《한라에 은하에 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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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각시
청상의 어머니 밤낮없는 삯바느질로
외할망 손에 크던 콩알만 한 오누이
쌍무덤 상석에 앉아 넌 어멍 난 아방
아버지 빈자리는 여섯 살 누이가
겨를 없는 어머니 빈자리는 한 살 터울 동생이
온전히 가족을 이룬 넌 어멍 난 아방
옷
옷이라 써놓고 사람이라 읽는다
까막눈 어머니도 어림짐작 깨쳤을
사람을 그려 놓고서 옷이라 읽는다
터지면 꿰매주는 그런 게 사랑이라고
작아지면 늘려주는 그런 게 품이라고
사람이 옷을 만들고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민달팽이의 길
어쩌다 엄마라는 족쇄에 맨몸으로 나와
따가운 시선 안고 새벽을 걸어 나간
미혼모 더딘 걸음의 맨땅이 맨 은사슬
돌아갈 수 없는 길에 선 한 줄 긋고 가네
벌거숭이 신상이라도 개인동의 묻지 않는
몸 하나 풀 곳 찾아서 더듬이를 세우네
이쑤시개
죽어선 나도 나무 밑에 묻혀야 않겠나
후다닥 점심 먹고 습관처럼 집어 드는
요 작은 연장하나가 베풀어준 덕 땜에
한걸음
햇살은
섬 섬
새싹들을
세우네
할머닌
섬 섬 섬
손주 녀석
세우네
촛불은
섬 섬 섬 섬 섬
울 나라를
세우네
제주 사람
부러, 바람 앞에 틈을 내준 밭담들 보라
어글락 다글락 불안한 열 맞춤에도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돗걸름 내는 날
통시담 허무는 소리 단잠 허무는 소리
꽤액 꽥 자릿도새기 과꽃 뭉개는 소리
어머니 달그락달그락 달빛 허무는 소리
탁 탁 깻단 타는 무쇠솥 매운 눈물
빨갛게 짓무른 삼 촉짜리 알전구 따라
희뿌연 곤밥 냄새가 어둠을 뜸들이던
하늘이 솔짝
-일곱 살
어머니 쌀가게 쌀 한 줌 솔짝 담아
서문다리 건너다 헛디뎌 쏟은 주머니
싸락눈 발악이 풀어 어린 죄를 묻으셨다
어머니 쌀가게 오 원짜리 솔짝 꺼내
사탕가게 기웃대다 뒤집힌 오 원의 누명
둥근 달 슬며시 띄워 어린 죄를 감싸셨다
모슬봉을 걷다
겨울바람 떠안으며 휘청휘청 휘는 길
미처 소등 못 한 백열등 감귤 몇 알
모슬봉 중턱에 앉아 마음 호 호 녹이네
올레길 11코스 공동묘지 가는 숲길
산딸기 붉은 몇 알 핏방울로 맺혀서
혀끝에 비릿한 맛이 달콤해 더 무섭네
앞서간 발자국에 발자국을 포개네
바람코지 온갖 풍파 맨몸으로 막아내던
홑겹 안 가려진 자상 억새꽃 항쟁이었네
*홀애미섬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바람이라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불씨라
그 누가 이곳에 와서 얕은 생각 품을까
지아비 보내고 자식까지 보낸 어미
저 거친 물살에 맘 꾹꾹 다스리며
긴긴 날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
* 모슬포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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