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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종영 시인 시집 <해변이 둥근 이유>
등록일
2022.04.20 15:0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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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신인상 및 올해의시조집상 수상
시조집 <탁란 시대>(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질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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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생각
추억을 물고 날던 물새
날개 접어 쉬어 가는
망주봉 그늘 아래 명사십리 모래톱
넌지시 잊혀지다가
눈 감으면 오는 섬
머리 들어 하늘 보면 파도가 몰려들고
콘크리트 숲 사이로 유람선이 떠 있는데
드르륵
호출의 문자
난파하는 티타임
오션뷰
바다가 불타고 있는 언덕 위 통유리 카폐
화려한 사랑만을 기억하는 우리 앞에
깍듯한 이별의 빛깔
실루엣의 뭇 섬들
남을 본다는 것은 나를 보이는 것
하루의 얼룩들이 시나브로 옅어질 때
나는 섬
당신 눈에서
안식의 밤을 찾는다
해변이 둥근 이유
맞서다가 무너지는 해안가 모래톱처럼
겨우 버티던 생
흔들리던 그때마다
한 줄기 위안 같은 파도
수평선이 쏟아진다
몇 걸음 앞에 서서 파도를 맞는 바위
물결의 유연함을 몸으로 배우는 걸까
해풍이 불어올 때마다
모난 생각 무뎌진다
인생이야 늘 그렇지
밀물이듯 썰물 같다가
발아래 부서지는 하얀 거품 같은 것
안기고 싶을 때마다
둥그레지던 그 해변
완보의 나이
나이는 이 세상을
완보로 걷게 한다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온갖 것들
무엇을
보아왔으며
또 무엇을 바라는가?
하류에 가까울수록 천천히 걷는 강물
앞만 보고 걸어온 삶
어디에 쎃였을까?
바다에
이르지 못한
젊은 날의 우리 사랑
발톱의 흔적
어제 일을 쉽게 잊은
미운 해가 다시 뜬다
한바탕 머리를 푼 듯
거리를 베고 누운 나무
상처에 소금기같이
다가서는 아픈 햇살
태풍의 잔해들이 어제를 증명할 뿐
단단히 조여 매는 오늘은 우리의 몫
유난히
푸른 하늘이
미운 아침일지라도
잠자리, 하트를 그리다
종말론이 붉게 번지는 늦가을 어느 오후
관음중 자극하는 가을비를 배경으로
잠자리,
몸을 틀어 짝을 짓는
절정의 가을 신화
박제가 된 고래
물질하던 아낙 옆을
지켜주던 귀신고래
시나브로 젖어드는
가없는 영웅담에
일상이
온통 그리움인
푸른 고래박물관
그립다 그러면서
여전히 기름내 나는
신화 따로 현실 따로
동해의 전설 안고
뼈마디 꿴 몸뚱이로
하늘을 날고 있다
꽃길을 즐기시라
편하고픈 바람이 그 누군들 없었으랴
척박한 교단에서
시대를 꽃피우며
반평생 내달려 왔떤
고단한 교육자의 길
가고 싶은 길보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헌신의 여정 끝에
훈장을
받쳐 든 두 손
빛살 가득 피어난다
이미 승리한 그대여 이제는 걸으시라
가고 싶던, 꿈꾸던 길로
새 길을 만드시라
승패도 갈채로만 깔리는
응원 소리 받으며
애증도 가라앉아 심연에 들고 마는
진초록 대지 위를 바람처럼 나아가서
가꿔둔
그 꽃을 보며
마음껏 즐기시라
커피 한잔 어때요
판도라가 열린 듯 공간을 깨우는 알람
쏟아지는 햇살 담아
로스팅되는 아침
몸에 밴 일일지라도
진통제가 필요해
출처 없는 두려움이 부드럽게 갈리고
머그잔 가득 채우면
내 마음은 이미 바다
여유를 토핑한 시간
커피 한잔 어때요
별 하나 조준하다
언젠가 오를 사대에 내 자리는 있을까
한 움큼 쥔 화살은 희망을 담보할까
과녁엔 희뿌연 바람이
윤곽 없이 그려진다
오늘을 위한 활자들이 발밑에서 뒹굴고
시위 떠난 화살은 행방을 알 수 없다
커지는 과거의 영토에
발이 빠지는 내일
헤다 만 별 중에서 내 것 하나 있겠지
꿈꾸는 이름표가 새겨진 화살을 주워
내일이 배경으로 뜬
별 하나 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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