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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길은 추억이다 / 추창호 등록일 2021.05.17 10:3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75

추창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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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호


경남 밀양 출생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6년 《시조와 비평》(봄) 신인상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0년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
2018 울산문화재단 예술창작발표지원금 수혜
울산문인협회 회장 역임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울산시조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울산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수상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 『아름다운 공구를 위하여』, 『풀꽃 마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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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2




꿈을 엮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한 무릎 꺾일 때마다

초록 깃발 달기로 한다


옹벽을

타고 오르는

저 무성한 깃발의 향연



빗방울에 대한 단상



하늘에서 지상으로 먼 길을 떠나는 동안

결코 빗방울은 몸을 섞지 않는다

꼿꼿한 자존의 뼈대 서로 꺾지 않는다 


정점에 닿기까지 사력 다한 삶이자만

남의 경계 넘보거나 추월하지 않는다

한일자 세워 긋는 붓 제멋 또한 멋임으로


마침내 행장을 풀고 저문 날 앞에 서면

너와 나 헐린 경계 동심원 길인 것을

용서와 화해로 여는 일기 쓰는 강이 된다



어떤 풍경 12



잔뜩 진푸린 하늘이

한 성깔 하는 동안


등 휜 솔이 켜 든

푸른 등燈을 보왔네


절벽 끝

바위 집 한 채 환하게 밝혀 가는



폭우 속으로



곡성이 낭자한 하늘 동이째 쏟아지는

저 천길 단애 속의 길도 길인 것을


희망의

클러치 밟고

1단 기어 넣는다



길 1



1

길은 화석 같은 장서로 가득 차 있다

오래전 발자국이 남긴 생멸의 기록이지만

누구도 지금 여기서 그 장서 읽지 않는다


2

열린 서가 하나 가지지 못한 우리는

무한 질주가 삶인 양 옆으로 나아간다

단 한 번 닿을 그곳에서 등위라도 재는 듯이


3

시작과 끝이 맞물린 동심원 같은 삶

화두로 삼은 길이 결가부좌를 트는 동안

어디로 가는 것일까 뚝 떨어진 꽃잎 한 장



길은 추억이다



옹이진 가슴속 팍팍한 직림의 삶

수몰된 곡선의 길 간간이 꺼내 들면

고향 집 숭늉 맛 같은 웅숭 깊은 추억 있다


느린 영상으로 재생되는 화면에는

주역이던 배역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고

치닫는 종극의 절정 내 몸은 배설이다


떠나고 보낸 것들 반짝이던 길섶 지나

또 한 줄 남기고 갈 추억을 위하여

여전히 그리운 것은 아스라이 멀어져 있다



망부석



치술령 열린 산길 또한 또박또박 밟아 가면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눈물 서린 자욱 있어

손쉽게 파지로 남긴

내 사랑이 부끄럽네


바위로 굳은 사모 그 천년 잠 깨워 보면

낙관 없는 그림 한 폭 바닷길을 열고 있네

몇 생을 지난 후에야

그런 사랑 할 수 있을까



아내의 손 1



찻잔을 사이에 두고 오고 가는 눈빛 대화

나른한 행복에 젖어 젖어서 좋은 봄날

한순간 정지된 화면 만개한 저 검버섯


손으로 읽던 삶이 희망이 되기까지

억척의 젊음이 남긴 훈장 같은 눈물의 궤적

상긋이 되밟아 가는 추억 속의 명화名畵 몇 편 


저물어 가는 삶의 들녘 따스하게 바라보며

사랑은 밥상 위에 주저 함께 놓는 일

아내의 두 손등 위로 내 손 가만 포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