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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무심코 생각 없이 들길 하냥 걷다가
불현듯 마음을 빼앗길 줄 몰랐다
화려한 수사도 없이 혼자 웃는 널 보며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 끝에 '반하다'라고 몇 번 더 불러주곤
봄날의 눈웃음 지단 정성스레 올린다
초록의 반들반들 햇살에게 손 건네주면
덜 외로움과 외로움이 의좋은 형제처럼
즐거운 밀당으로 와서 뜨겁도록 반하다
복사꽃 먹는 오후
1.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백도를 먹는다
물컹한 단맛들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어디서, 다가온 사랑이기에
이토록 너는, 만발한가
2.
청도복숭 먹으며 하늘로 간 여자여
그 봄날의 꽃가지가 바람에 출렁이면
어여쁜 웃음이 울컥, 젖꽃처럼 환하다
3.
햇살이 끈적끈적항 꿀물로 떨어지는 오후
손거울을 면경面鏡이라 부른 시절을 채록한다
한 장의 첫사랑이 부풀어
가슴이 그만, 꿈틀한다
겨울, 가덕도에서 몸을 풀다
바람찬 바닷가와 배경이 된 붉은 등대
몇 컷 추억 담으려 스무 살 적 심장을 연다
안 오는 눈을 상상하며 춤추듯이 걷는다
갈매기가 물어오는 노래 듣다 몸은 얼고
노모가 운영하는 가덕도 자연산처럼
시원한 대구탕이 펄펄, 언 몸 불러 앉힌다
담백함과 얼큰함이 문장을 나누는 사이
눈발은 그치고 바다도 고요하다
소주에 국물 한 국자 저릿한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