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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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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성구 시인의 <복사꽃 먹는 오후> 등록일 2021.07.11 15:2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0



임성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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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1967년 강남 창원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임성구 시인은 시조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살구나무죽비』 『앵통하다 봄』 『혈색이 돌아왔다』가 있으며, 현대시조 100인선 『형아』가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2020.올해의시조집상, 제16회 오늘의시조문학상 수상, 2016.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상임자문위원, 경상남도문인협회 이사. 노산시조문학상운영위원회 상임이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시전문지《서정과현실》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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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무심코 생각 없이 들길 하냥 걷다가

불현듯 마음을 빼앗길 줄 몰랐다

화려한 수사도 없이 혼자 웃는 널 보며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 끝에 '반하다'라고 몇 번 더 불러주곤

봄날의 눈웃음 지단 정성스레 올린다


초록의 반들반들 햇살에게 손 건네주면

덜 외로움과 외로움이 의좋은 형제처럼

즐거운 밀당으로 와서 뜨겁도록 반하다



복사꽃 먹는 오후



1.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백도를 먹는다

물컹한 단맛들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어디서, 다가온 사랑이기에

이토록 너는, 만발한가


2.

청도복숭 먹으며 하늘로 간 여자여

그 봄날의 꽃가지가 바람에 출렁이면

어여쁜 웃음이 울컥, 젖꽃처럼 환하다


3.

햇살이 끈적끈적항 꿀물로 떨어지는 오후

손거울을 면경面鏡이라 부른 시절을 채록한다

한 장의 첫사랑이 부풀어

가슴이 그만, 꿈틀한다




겨울, 가덕도에서 몸을 풀다



바람찬 바닷가와  배경이 된 붉은 등대

몇 컷 추억 담으려 스무 살 적 심장을 연다

안 오는 눈을 상상하며 춤추듯이 걷는다


갈매기가 물어오는 노래 듣다 몸은 얼고

노모가 운영하는 가덕도 자연산처럼

시원한 대구탕이 펄펄, 언 몸 불러 앉힌다


담백함과 얼큰함이 문장을 나누는 사이

눈발은 그치고 바다도 고요하다

소주에 국물 한 국자 저릿한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