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종연 시인 시집 <아프리카 부처님>
등록일
2021.09.17 20:5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1
-
----------------------------
김종연
경남 합천 출생
나래시조 신인상(2010)
올해의 단시조 대상(2017)
시조집 <분꽃엄마>
-------------------------
붕괴
오래 견딘 것들이 무너지는소리 들었다
백 년의 역사를 지닌 초등학교 건물
외벽이 뜯겨 나가고 철골이 휘어졌다
몸체가 주저앉는 순간 땅이 함께 울었다
소멸은 순식간의 일, 노장의 쓸쓸한 퇴장에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경례도 박수도 없었다
도자기 무덤
천이백 도 불을 견디고도
죽음을 선택당한
흙의 분신들
여기 잠들다
묵념이 깊디깊어서 골짜기는 말을 잃고
자꾸만 무너지는
하루를 붙잡고
뜨거운 생애를
일기장에 옮겨보다
시름이 깊디깊어서 도공도 말을 잃고
웃음꼬지
아이들 웃음소리 한 줄에 꿰어서
한가위 차례상에 소복이 쌓아놓고
조상님 흐뭇한 미소 다 같이 음복한다
결혼 30주년
그 남자의
전생은
돌부처
이였을 거다
그의 코를 훔쳤거나
어께를 빌렸거나
괘씸죄 탕감중이다 그 빚 다 갚을 때까지
이 여자의
금생은
쑥갓꽃
이었을 거다
무심히 밟아버린
목숨 값 내놓으라고
아프리카 부처님
볕에 탄 얼굴에서 아프리카를 떠올리고
뜻 모를 염불 소리에서 부처님을 떠올린
여덟 살 아이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그 남자
팔순의 아버지 대신 들녘의 보모였던
그 남자의 일요일에 휴식이 없었다
물길을 열고 닫으며 생명을 키워냈다
노부가 떠난 뒤에도 그의 삶은 그대로다
일과를 마친 후 합장의 시간은 늘고
아이는 청년이 됐다 들을 닮아 푸르른
중독
손가락 걸어보지만 약속은 빗나가고
'이번이 마지막이야' 타협은 일사천리
그곳이 늪지라는 걸 아는 사람 다 아는데
무릎을 삼켰으니 머잖아 허리까지
아무리 몸부림쳐도 또다시 원점의 시간
맞물린 수레바퀴에서 탈출하는 법 알려줘!
금줄
간섭과 소란을 정중히 거절합니다
관심과 걱정도 되돌려 드립니다
시조를 잉태중이니 출입을 삼갑니다
언양읍성길을 걸으며
소설가를 키워 내고 독립 운동가를 키워 낸
그 시절 골목은 패기만만 청년 같았겠다
녹이 슨 철제 대문은 그날을 기억하려나
한 박자 느린 걸음 오히려 정상인 듯
아무도 재촉 않는 골목의 품에 들어
몸 안에 고요를 쌓는다, 비상식량 모으듯
꼭두
이정표 없는 길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때로는 신성으로 때로는 익살꾼으로
경계를 건너는 이들에 더운 손을 내민다
생의 지층마다 남아있는 생채기도
한바탕 꿈이었다 쓰린 기억 지워주며
남은 자 떠나는 자의 눈물 거둬 앞선다
만약에
인간이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면 어떨까
덜 먹고
덜 움직이고
덜 버린 쓰레기
지구가 한숨 돌리겠다, 응급상황 벗어나
목록
수정
삭제
쓰기
다음글 |
김제숙 <홀가분해서 오히려 충분한>
이전글 |
임성구 시인의 <복사꽃 먹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