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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박홍재 <바람의 여백> 등록일 2021.09.17 21:0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8



박홍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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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경북 포항 기계에서 태어나다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예감” 동인 활동 중
시조집 『말랑한 고집』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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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고당봉 정수리를 멀찌감치 바라보며
김해 들 넓은 터를 무람없이 쟁이면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바다 끝을 잡고 있다

골마다 피는 안개 다됵여 품은 소식
풀었다 감으면서 힐끗힐끗 돌아보다
산줄기 너울 능선에 풀어놓은 너스레

꽃대를 올려놓고 뭇 생명 불러 모아
허기진 젖은 가슴 등을 쓸어 다독이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신명 풀며 흐른다


흰여울길



흰 파도 한 자락을 봉래산에 걸어놓고
해풍에 말리느라 뱃고동이 울어댄다
산바람 맞받아치며 더욱 당겨 펼친다

인터넷 소리 소문 찾아온 선남선녀
햇살이 펼쳐놓은 묘박지 윤슬 위에
골목길 여울을 따라 그려보는 그림이다

피난처 애잔함이 겹겹이 눌어붙어
휴대폰 사진기에 찍언 누른 이야기가
피아노 층층 계단 위 노래 되어 쌓인다



소목 염색



실핏줄 드러나게 섬유질 잘게 쪼개

아린 속 당신 위해 새 길 열어 가는 동안

텅 비운 붉은 울음에 뼈대 깎아 세운다

침묵도 잘 삭히면 더 깊게 젖어 들어

숨소리 잠시 멈춰 조였다 풀어내면

산바람 갈마들어서 꽃 핀 지라 눈부시다



암막새를 기다리며



처마 밑 헤어지고 소식 없는 암막새여
천 년 동안 수소문도 끝끝내 감감하다
어느 날 깜짝 놀라게 오시려고 숨으셨나

신라인 환한 미소 상현달 머금은 채
한 조각 깨어진 삶 망부석 된 수막새
그리워 새긴 그 얼굴 꿈속에도 찾고 있다

이제는 드러낼 때 됨 직도 하다마는
앞뜰에 꽃무늬로 봉긋이 오시려고
낯설게 세상이 변해 망설이고 계시나



고향 집터에서



매 맞고 눈물 질금 훔치던 뒤란 구석

내 잘못 감춰주던 마음의 안식처가

눈 감고 하늘을 보면 저쯤에서 보인다

그 자리 어디 가고 빈터만 남아있네

아무도 모르는 곳 나만이 알고 있는

어릴 적 내 꿈을 싹 틔워 키워가던 그 자리



객짓밥 낯설다



기대치 큰 것만큼 실망도 크기 마련
오랜만에 덥석 안은 자식 놈 넓은 어깨
놀라는 마음 들킬까? 속마음이 요동쳤다

객짓밥 먹다 보니 버릇도 달라졌나
이질감 속에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건
어릴 때 굳어진 버릇 뽑혀지지 않았따

언젠가 뿌리 의식 잊을 날 오겠지만
가지 끝 바람 잦아 외롭지 않을 때는
횅하니 다 떠난 자리 어찌할까 아리다



등신불



물컹한 진흙탕에 이골 난 길 팽개치고
햇살 좋은 오후 나절 새 길 찾아 나섰다
깡마른 세상인심에 삼킨 것을 내뱉는다

길거리 나와보니 따가운 눈총이라
내 살던 곳 행복인 걸 깨달은 그 순간에
지렁이 S자 몸매로 개미 떼에 소신공양

온몸을 접은 채로 감당치 못한 한계
뒤따르는 누구에겐 이정표 될 수 있게
한목숨 저당 잡히고 등신불로 남았다



길을 내다



제 갈 길
정해두고 뻗는 가지 없을 거다
바람 덧댄 진눈깨비 심술도 견디면서

허공에
손을 내밀어
햇빛 찾아 길을 간다

바스락 낙엽 자국 새 울음 품어 안아

옹이로 박힌 생을 삭혀서 내민 손길

산 능선
뼈대로 서서
푸른 하늘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