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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정해송시인 시집<보수동 책방골목> 등록일 2022.01.28 11:1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01

정해송.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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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송


경남 고성출생,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78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나옴

작품집으로는 <겨울 달빛 속에는>, <제철공장에 핀 장미는>, <안테나를 세우고> , <응시>, <바람 변주곡>,

<보수동 책방골목>, 평론집 <우리시의 현주소>가 있음,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 작품상,

이호우. 이영도 문학상 수상, <부산시조> 편집주간,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부산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국제시조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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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 내리는 날



오늘은 수양버들이 사념들을 내려놓고


입김 같은 얇은 천을 휘장으로 드리우니


실바람 건듯 불어와 일렁이는 정감 한 필



이 계절 행간에서 너의 맘을 두드리면


연듯빛 머리칼은 그리움에  젖어있고


내 영혼 닦은 창으로 네 가슴이 열려온다



내가 든 그대 숲은 하눌 숨이 드나들어


시간도 비껴가는 비경 한 점 그려낼 즘


너와 나 안개비 속에 이 둘인가, 하나인가


 



정물화, 사과



식탁 위 흰 접시에 사과 한 알 붉게 타고

저만치 파란 날 선 과도果刀가 놓인 것을

창에 든 가을 햇살이 극사실로 그려준다


사과와 칼날 빛이 긴장하는 거리 사이

내 안에 또 내가 있어 이 국면을 응시할 제

자장이 서린 시간 딛고 과도를 집어 든다


존재를 싸고 있는 껍질을 깎아들면

사각사각 과육 말은 씨앗으로 돌아가고

극사실 해체가 되고 추상으로 뜨는 시원

  


난초꽃, 가을



벽공무한 맑은 경經을


네 숨결로 필사해서



봉인해 두었다가


오늘에사 뜯는 건가



은하계


이전 소식이


문향文香 피는 가을 행간




오드리 헵번을 살아있다



손녀가 휴대전화 배경화면 보여준다


불결치는 긴 치마에 잘록한 허리곡선


상아의 목을 지나서 맑은 눈에 고인 미소



초등학교 4학년이 소유한 작은 정원


흑백으로 뜬 영상은 청순한 계절이고


스카프 맨 흰 셔츠가 바람따라 숨을 쉰다



이 스타가 출연한 영화제목, 뭔지 아니?


내 요정이 '로마의 휴일' 추억 같은 답을 하자


명랑한 소녀 감성 곁에 상큼하게 나선 헵번




종이학 접기

-시간여행 5



종이학 천 마리를 유리상자 고이 담아


내 가슴에 안겨주던 여학생이 걸어온다,


초승달 그린 눈썹 아래 샛별 돋은 눈망울로...



그날 나는 제자 앞에 대쪽 깎은 말을 들고


수공 시간 펼친 위에 접시 입시 전황戰況 비춰주자


천 마리 학이 되어서 세월 속을 날아간 꿈



빈 상자에 영원처럼 내 맘 속에 남은 얼굴


일천 번 손을 모아 첫정 빚던 푸른 밤들


내 오늘 노을 진 하늘에 그 순수로 시를 접다



해일 예감



귀 막고

색깔대로

파도 타고 노는 이들


이 한철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하얘질 녘


해안선

멀어져간다

접은 날개

가다듬자



출근길에서



꽃눈이 몽우리 진 도심지 가로수길

유리창 진열대에 신상품이 나와 있다

산뜻한 색상과 디자인, 봄을 걸어 놓았다


그러나 봄은 아직 길목에서 서성이고

바람 냄새 맵싸하여 코끝이 빨간 아침

행인들 곤비한 삶에 좋은 소식 피어날까


온 나라가 코로나로 긴장을 증폭하고

이념으로 갈등 빚어 골이 깊은 정국인데

큰 그림 그린 치세로 봄옷 새로 입을 날은...




풀꽃, 가을




밤마다 싸락별이


그리움을 떨군 걸까



방울종 소리 피는


색깔 맑은 풀꽃들이



해상도


높은 들녘에


고향처럼 손짓한다 




향수




하늘에 뜬 별들도 저마다 외로워서


깊은 밤엔 그리움을 남 몰래 떨구더니


그 눈물 씨앗이 되어 풀꽃들이 피어났다



풀꽃이 갈바람에 저리 마냥 흔들림은


제가 온 고향하늘 그리운 몸짓이지


외로운 영혼들이 빚는 그리움의 빛과 향기



별꽃*



눈물로도, 기도로도


회향할 수 없는 길목



그대로 순명해야


달빛드는 生생이 되어



너 가고


남은 이름이


내 맘 속에 별로 핀 것



*석주과에 속한 야생화로 5~6월경 개화하고, 꽃말은 추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