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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현실시인 시집<산굼부리에 바다가 있다> 등록일 2022.01.28 14:4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94

 


김현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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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실

제주시 이호이동 출생,  2010년 시조시학 가을호 신인상,  2009년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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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옹이처럼 박혀버린 오래 전 너와 내가

 

일상에 찌든 날들 접어둔 채 살아가도

 

또 한 해 첫눈이 오면 가슴부터 젖는다

 

 

강아지풀



바람과 겁도 없이 온몸으로 맞장 뜬다


알리의 잽마저도 맞지 않을 흔들림 


사는 일 그 바람 타듯 절명의 순간이다



낙타

 

내려놓으면 가벼운 삶인 줄 알면서도

 

덜어내지 못한 마음 하루치를 또 살아

 

날마다 내 안의 낙타 사막 속을 걷는다

 

 

산굼부리에 바다가 있다

 

 

가을 햇살 무르익어 억새꽃에 스며들면

 

바람이 져 나르는 무한대 은갈치떼

 

분화구 가두리망에 내 사랑도 반짝인다

 

 

아버지의 커피믹스

 

 

언제부턴가 외국상표 커피전문점 늘었다

차 한 잔 오천 원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

아버진 잔치집 커피로 하루를 열었다

 

커피 하나, 프림 둘, 설탕 둘, 황금비율

꿀물 타서 드시듯 밥보다 먼저 손이 가던

노동의 아버지 생에 검게 타는 이 향기

 

설움도 사르르 녹아 위안 받던 아버지

그래선지 내 기호도 황금비율 꼭 닮아서

차 한 잔 붉게 저어서 함께 하는 한나절



홍시 한 알



직박구리 쪼다 남은 낮달이 애처롭다


감나무 가지 사이로 더 짙어진 허기


할머닌 숨겨두었던


홍시 한 알 내민다


 

그 겨울 동백꽃

 


산으로 숨으라는 할머니 말 듣고

이유도 모른 채 산으로 오른 삼촌

소리도 멈춰버렸나 허공 속의 아우성

 

배고픈 까치발로 서성이던 집 근처

칼바람 휘몰이로 순간 나타난 총든 순사

숨어라 급한 외침에 뛰어든 고팡속

 

얼음땡 아이들 놀이 풀리지 않은 주문

탕 탕 탕 총소리에 들숨으로 멈췄다가

동백꽃 붉은 이야기 날숨으로 툭, 지고

 


찔레나무



온 들녘 내려앉은 흰연분홍 꽃송이


녹음보다 더 짙게 달아오른 향기들이


가을엔 빨간 별되어 밤하늘에 박힌다




오도롱 연가



달빛 취해

별 세다가

풋감 들던 곳이다


그 파편들

귤꽃에

내려앉은 올레길


늦은 밤

마실가자며

따라나선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