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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양점숙 시인 시집 <앉은뱅이 들꽃> 등록일 2022.04.09 20: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77


양점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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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숙

1989년 이리익산 문예 백일장 장원, 가람시조문학회 회장,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시집 <아버지의 바다>, 현대시조 100인선 <꽃 그림자는 봄을 안다> 등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전북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사)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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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어설픈 솜이불은 바람을 품고 산다
멀리 개 짓는 소리 첫 정만큼 아득해
새봄이 오기까지는 침묵하고 싶었다

두고는 갈 수 없는 노을의 여백 속에서
잔정 많던 그도 손들고 뒷산으로
축축한 헤어짐의 틈새 잠시 잠깐 머물다

생의 흔적 한 장 한 장 이어 붙이며
손 타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시간은 아주 긴 미련도 묻어버린 그믐밤



바다 이야기


아버지의 바다는
늘 술내로 소리 매긴다

오래된 문풍지처럼
온몸으로 들썩이다

단 한 줌 재로 날리는
혼선 한 척 보았다


골초


어둠 살라 내고자 띠 동인 먹골 아재
맘속에 속까지 석탄 백탄이라
막사발 이빨 빠지듯 쉽게 금이 갔다

녹록잖은 세상은 미라처럼 외면했고
작은 바람에도 가는 목 굳게 잠겨
선홍빛 반짝이는 불꽃 소문처럼 번졌다

세월이 어깨동무하고 떠난 나이테 위로
여윈 목 길게 빼고 검게 타버린 육신
연기도 동무가 될 수 없어 발밑을 비벼댄다


코로나 블루


감염과 무기력증 사람에 대한 경계심
변종에 변종을 넘어 오미크론까지
불안 속 우울과 피로는 가짜뉴스처럼 밀려오고

마스크가 답이다 손과 맘을 씻어라
소문과 괴담은 화면 밖을 서성일 때
코와 입 손대지 않고 손 씻어도 우울합니다


겨울 간이역


굽은 나목의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소복의 산과 들 무겁게 열린 하늘
상고대 늘어진 가지 머릿속이 하얗다

쏟아지는 함박눈 달려가는 만장들
비워낸 시간 복쟁이 줄을 세우고
울 엄니 한 평 울음에 환히 열린 자드락

차창 밖 저 소나무 전생은 아비였을까
맨발로 왔다가 침묵으로 그냥 가는
한참을 내다본 그 길 네가 뵈지 않는다


용담 그 전설 같은


몸이 기억하는 물밑의 어둠에 기대
첫 꿈의 밤은 깊어 시린 문고리를 잡고
새소리 남쪽을 향해 한뎃잠을 청한다

뿌리가 젖어있는 속잎의 기억들이
감물 든 천년 뼈 발린 음각으로 남고
퇴락한 바라지 문 밀고 먹물 든 풍경 운다


단청1


세월 아는 산은 저 혼자 색을 올리는데

천만번의 조아림으로 색을 얻은 화공

오방색 몸으로 풀어 제 마음을 덧칠한다


보리밭


청보리 몸 풀 때쯤 박석고개 아기문둥이
키 큰 깜부기 호랑 할미 눈빛에 갇혀
윤사월 괭이밥 같던 도깨비불에 볼 붉히다

붉은 시루떡 층층 올린 생간을 먹지 못해
넋두리 한 짐에 비린 웃음은 덤이라
일곱 살 젖은 꿈자리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잘 마른 도리깨아들 보리 북데기 속에서
가위눌린 까까머리 허기에 갇혀 살아도
눈망울 적신 가난에는 보리 싹이 파랗다



아스팔트에 핀 들꽃


풀어버린 길 끝에
앉은뱅이 들꽃 하나

눈물일 듯
아롱아롱 화엄의 눈빛

못 한 말
묻어둔 입술
열릴 듯
말 듯



염전3


햇살로 태인 수심
재갈재갈 모여 앉고

삼복의 멀미에
바람꽃 일어도

짜디짠 할매의 삶은
슬픔도 익는 뻘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