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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나를 서성이다 / 조한일 등록일 2021.06.17 11:3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65


조한일.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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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일


제주 출신

2011년 <시조시학> 등단

시집 지느러미 남자,

한ㄱ구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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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택배함

 



정 줄 데  없으면 내게 두고 가시라

 

미움 전할 데 없어도 내게 놓고 가시라

 

그 사람 부재 시에는 두말 말고 맡기시라

 

내게 잠깐 왔다가도 슬퍼하지 않으리라

 

철커덕, 도로 내줘도 아파하지 않으리라

 

딱하나, 너 아주 없다면 나 많이 힘들리랴

 



출륙금지령



 

17세기 초 조선으로 자가격리 반송한다

제주말이 서울말과 이토록 다르게 된

역사도 거리두기 하는 2백 년 강제격리

 

진상하는 자 말고는 육지 땅을 밟지 마라

팬데믹 코로나다 집 밖에 나오지 마라

때 아닌 2주간 고립에 소환되는 출륙금지

 


탁상달력


 

일 년짜리

삶을 살아도

너 가히 당당하다

 

힘겨웠던 서른 날을

다리 벌려 딱 버티며

 

긴 머리

쓸어 넘기듯

젖혀버리는

저 평정심

 



영주산 분화구



 

가슴이 북받쳐도 좀 참지 그랬어

깊고 싶은 마음속 뜨거운 응어리가

솟구쳐 타오른 그곳도 언제 그랬냐는 듯

 

누구나 한 번쯤 끓어오른 적 있으리

나 또한 용암 되어 흘러온 숱한 날을

차가운 동굴로 살았고 계곡으로 살았어

 


절제의 미

 


고샅길

철조망 안

말들이 머뭇댄다

 

오름을 내달리던

고려의

오랜 본능

 

검객이

칼집에 든 검을

빼다

도로

넣듯이

 


전동드릴


 

또다시 리모델링 공사 간혈적인 드릴 소리

천장 다 뜯어내고 바닥도 새로 깔고

누군들 초췌해진 몸 뒤엎은 적 없었으랴

 

그렇게 뚫고 빼고 메우고 떼어내고

한 껍질만 벗겨내도 새살이 돋으려면

살얼음 건너가는 일 숱하게 많다는데

 

정글 같은 도시에서 계곡 같은 이 땅에서

한 마리 들짐승이 드르륵드르륵 울어댄다

한밤중 코 고는 소리, 남자도 그렇게 운다

 


벽돌


 

깎아지른 생이었다

무심한

기다림은

 

홀로이

버텼다면

빛날 일도 없었을

 

번듯함

그 하나 바라보며

생을 괴던

몸부림

 


허리띠

 


이제, 낡고 해졌다고

쉽사리 버릴 순 없어

는적는적 볼품없이

흘러내리던 나를

 

한사코

까지 낀 채로

붙들어 준 너였잖아

 


느낌표!

 


둥그런

세상 위에

발조차 못 디뎌도

 

굽실거린 적

한번 없는

번듯함이

난 좋아

 

불안한

역삼각형 삶 속

느낌 있는

너,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