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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승은 시인 시집 엿보기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 등록일 2020.09.03 14:1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83

이승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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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1958년 서울출생

1979년 <만해백일장 장원>,1979년  KBS 문공부 주최 <전국민조시대회> 장원 수상 등단

시집 <내가 그린 풍경> ,< 시간의 물그늘> , <길은 사막속이다> 등 다수

이영도 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백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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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삼키다




서해 궁평항구 무슨 속 끓이기에


갯벌 다 드러낸 채 구멍숭숭 뜷어놓나


어스름 들쳐 업느라

펑퍼짐한 해의 등 쪽


눈길 한번 줄 때마다 서너 뼘씩 빠지는 물


건너편 저 솔밭은 울음 같은 바람소리


기침만 터질듯 말듯

목젖 어디 가랑댄다


헤아려 거두느라 눈치만 빤한 노을


귀엣말 새겨듣다 내 할 말 또 놓치네


너, 라는 옥살이에도

비전향 장기수, 나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  



학습 없이 갖게되는 처음의 감각이란


우리를 달뜨게 하고 한없이 불안케 한다


쓸쓸히 간절해지는 나이를 알게 한다




저물어도 환한

-노스텔지어*



어둠 잠긴 눈동자에 흰 구름 두덩이가 


울음을 참고 있다 밖은 비가 스치는데


와인잔 불빛을 흔들며 나붓이 오는 것아



벼린 마음 없었어도 순간에 곷은 지고


텅 빈 탁자 한쪽 모서리를 비껴가며


한 사람 눈물의 온기로 지워져 가는 것아



*56x56cm 캔버스에 오일, 루드밀러코럴(아일랜드, 2015)




회고록

-리스본행 야간열차*



  독재가 현실이면 혁명은 의무라던 열혈청년 그 얼굴은 아직

도 스무살이다 금남로 최루탄 안개가 화면 가득 번져들 때


 일탈의 시간 속에 자구 발이 묶이고 첫 마음 불길마저 잦아

들어 주름진 날 혼신을 불어넣어 준 카네이션, 무혈의 시



*영화제목. 197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선 포르투갈 시민혁명을 다뤘다 




노란리본



까르르 볼우물에 봄꿈 아직 한창일 때


그 어둠 첫 문턱에 초록 발 딛는 것을


바람이 만신창이로 우우, 울며 보았어


죽어도 죽지 않아 날마다 넌 눈을 뜨지


물거품 그 소름을 물꽃으로 피워 물고


해마다 사월이 오면 늑골 깊이 펄럭이지


 


그랜드 카날*



이른 아침 산책로 옆 동그랗개 물이 뜬 채

부리에 깃을 묻고 단잠에 빠진 백조


제 몸이

전부였구나

몇 채 집이 떠 있다


아직도 줄을 대느라 여념 없는 저 물길도

나직한 가장자리는 쉬엄쉬엄 머무는가


정지된

화면만 같다

여기, 지금 가을날




옛집



금방 있던 사람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걷어낸 그림자의 적막이 완강했다

작별은 범점치 못할 형용사를 거느렸다


비 오고 바람불다 한 생이 저물었다

무겁게 걸어왔던 헌 신발이 가벼웠다

다시는 질척임 없을 질척임만 떠다녔다




체감



  돌맞이 손녀딸이 품속에 안겨들어 따습고 말랑하게 심장

한 줌 뛰는 동안


  무언가 쑥, 빠져나갔다

실마리가 풀렸다




꽃집에서



봄이든 여름이든 꽃집은 늘 꽃집이다


꽃들은 어르면서 말문을 트는 동안


버티는

내 곁가지를

잘라내고 있는 동안


세상일에 부대끼며 쓸쓸하고 격해질 때


슬그머니 눈치보는 꽃가위가 저만치


단번에

휘두를 뜻은

없다는 듯 저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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