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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진희 시인 시집 엿보기 <바람의 부족> 등록일 2020.09.19 09:5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45

김진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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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1997년 경남신문 신춘문에 시조당선, <시조문학> 천료

시조집 <내 마음의 낙서>, 현대시조 100인선 <슬픔의 안쪽>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등

<서정과 현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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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목




연분홍 바람 소리

시간을

멈춰놓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뻐꾹새

풀어놓고


산그늘

앞섶 여미는

낙화암 위

노부부




그리움은 자라서




마른 허기 같은 그리움은 자라서

굽은 길 적막 아래 붉게 핀 저녁 식탁 

산그늘 내려와 앉아 곷등 하나 걸립니다


어깨 너머 낮은 돌담 그리움은 자라서

바람에 몸 흔들며 늙어가는 감나무

돋을볕 가슴에 새기며 나뭇잎을 떨굽니다




고봉밥




머리 맛댄 알밤 세 톨

나뭇잎에 덮여 있다


늦은 밤 아랙목에 묻어둔 고봉밥이다


일 나간

아버지 위해

다람쥐도 눈을 감고




차용증




갚아도 갚을 길 없는 이자만 늘어나고

꼬인 밤 펴겠다며 다림질하던 아버지

굴곡진 주름의 문장

끝내 펴지 못했습니다


죽은 부모 팔아서 눈물 뿌려 시 쓰고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한 경작 마당 쌓인 부채

설움은 칼바람 되어

내 빰을 후려칩니다




바람의 부족部族 1

 - 먼나무




마른 잎 흔들며 가는

바람의 길을 따라


멀쩍이 꽃핀 그대여

서럽게 울고 싶은 날



가지 끝 새 한 마리도 종일토록 울다 갔다




바람의 부족部族 2

 -달




마당 한 켠 뒷물하는 달 엉덩이 환하다

물방울 튕겨가며 수런대는 호수의 밤

피 묻은 달거리 처녀

속옷도 헹구고 있다




바람의 부족部族 3

 -별




까마득한 어둠에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수없이 헤매다가

다시 찾아 가는 것은


막막한

그 높이에서

비추는 시여

노래여




창원중앙역




용동 산 32번지 고기떼 다 어디 갔나

첫사랑 건져 올린 역사 깊은 저수지에서

그 너른 역사驛舍 지어지고

그 사람은

지워지고


가네 가네

기차 가네

사랑이 울며 가네

끓는 피 뼈를 묻고

가슴 위로 달리네

떠날 자 떠나게 하라

호명하는

중앙역




등꽃




약속처럼 너는 와서 등불을 달았구나

휘날리는 저 꽃잎 바람처럼 너는 와서

파르르 매달린 등에 떨리는 손, 환해라


불 밝힌 연등 송이 줄레줄레 소망 걸고

길 속에 길을 찾아 용케도 피운 그리움

고와라, 상처 없는 꽃 세상 어디에 있으랴 




꽃잎 경전




불 지핀 땅 보풀보풀 채장을 펼칩니다

동안거에 들었던 여울물이 눈을 뜨고

초유가 흐르는 뿌리

새파란 움이 돋아납니다


어느새 꽃불입니다

귀밑까지 번진 상처

옥탑방 끝에서도 쿨럭이며 피운 화덕

경전을 외는 벚나무

보시가 한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