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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3.01.01 18:4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13
[2023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죽염에 관하여

황명숙



너는 화신이다 그 이름은 왕소금

토판에서 태어나 이곳까지 찾아온

짜증도 해맑게 삭인 육각형 얼굴이다

너는 구미호다 둔갑술의 귀재다

때로는 거센 파도 어느 날은 백합꽃

바다를 다 휩쓸고도 눈썹 하나 까딱 않는

너는 넉살 좋게 저토록 적막하여

유월 햇살 골계미 결정체의 숭고미

몸뚱이 불에 던지고 가면을 벗는다

너는 고요하게 왕대나무 방에 들어

아홉 날 동침 끝에 먹물 옷 걸치고

눈부신 가부좌 틀고 서럽도록 반짝인다


[심사평]

침신한 비유·도발적 이미지 체현으로 생명서정 이끌어


굵직한 목소리의 신인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품고 응모작품과 마주했다. '슬픔의 샘'은 슬픔과 동행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근원을 파고들었다. 즉 내적 성찰의 세계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한 호흡으로 구현되고 있는 점이 두드러졌다. '피정의 하루'는 일상의 삶이 자연과 잘 교감을 이루는 정갈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겨울 저수지'는 정밀하게 묘사된 정경을 통해 생명의 역동성을 잔잔하게 부각시킨 점이 돋보였다. '세상의 흰 꽃은'은 참신한 언어감각으로 일정한 미적 성취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상의 작품들이 최종심에서 거론되었지만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일상의 시선에 머물거나, 공력을 더 기울여야 할 소품에 그쳤다는 까닭 등으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반면에 당선작 황명숙의 '죽염에 관하여'는 네 수 한 편으로 탄탄하게 직조된 서정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스케일이 크면서도 참신한 비유와 도발적인 이미지 체현을 통해 죽염에 관한 모든 생명미학, 생명서정을 섬세한 필치로 밀도 높게 이끌어내고 있는 점에 신뢰가 갔다. 동봉한 작품들도 일정 수준을 보였다. 실로 새로운 목소리의 발현이다.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죽염의 탄생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짜증도 해맑게 삭인, 때로는 거센 파도 어느 날은 백합꽃, 바다를 다 휩쓸고도 눈썹 하나 까닥 않는'이라는 어기찬 생명의 현현을 생생하게 노래한다. 그뿐인가. '넉살좋게 저토록 적막해서 유월 햇살 골계미, 결정체의 숭고미'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파하면서 '서럽도록 반짝'이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러하다는 듯이.

정형의 기율 안에서 시대적 요청에 미학적으로 응답하는 헌걸찬 시조쓰기에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이 점을 당선한 시인과 모든 응모자들이 늘 기억했으면 좋겠다.

시조창작에 대한 열망을 새해에도 활활 꽃 피워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심사위원 이정환]


[당선소감]

버팀목이 된 가족에 감사…따뜻한 시조 오래도록 쓸 것

마을 숲 나뭇가지 사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심란한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눈을 감았다 떴다 말을 잃었습니다. 온종일 올 듯이 퍼붓더니만 얼마 가지 않아 시나브로 흩뿌리다가 뚝 그쳤습니다. 눈 온 겨울 풍경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순식간에 마을 숲은 설원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남쪽에 살다보니 싸르륵 싸르륵 쌓인 눈이 게으른 마음과 정신을 맑게 씻어 줍니다.

덤벙덤벙 걸어오면서 지치고 힘들어 글쓰기를 그만두려고 할 때 손을 잡아준 선생님 덕분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결코 짧지도 길지도 않는 나의 문학의 숲이 늘 푸르기를 기대하며, 한 발 두 발 디디며 걸어왔습니다. 이 숲 저 숲으로 옮겨 앉아도 생각은 아득하고 거친 바람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그리움의 힘입니다.

그 어떤 갈증에 허덕이던 마음도 내려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눈 내리는 날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뛰다가, 방방 뛰다가, 날다가, 이렇게 덜컹 오다니, 조용히 처절하게 설레어 허기지다, 그러기를 몇 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하얀 밤을 새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 그리고 아이들 고맙고 사랑합니다. 정성껏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한 상 차려 함께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사업니다 뭐다 하면서 가장 가까운 이들을 예사롭게 여겼는데 고맙습니다. 늘 함께하는 소중한 열 분 시인, 감사합니다. 시조가 어렵다고 푸념하면 고요히 앉아서 마음속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꿰뚫어 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 하시던 선생님, 감사합니다. 큰 기쁨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매일신문사와 당선의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 고맙습니다.

따뜻한 시조를 오래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 황명숙

충남 대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렘포레 인재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