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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부산일보 신춘문에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3.01.01 19: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97

[2023 부산일보 신춘문에 시조 당선작]

사유의 독법

김원화


티끌도 숨죽인

그 고요에 들었다

미동조차 소음이라

배낭 깊이 질러 넣고

내밀한 그 미소* 당겨

새기듯 필사해 본다

당겼다 밀었다 말걸다 침묵하다 그 시선 머문 곳 내 눈길 얹어 보니

생각에 잠기는 시간, 순간 속에 가득하다

기쁜 우리 젊은 날 바람 속 거친 숨결

손끝에서 발끝까지 너 하나로 벅찼던 거

그게 다

내 안에 있는데

괜찮다, 꽃이 못 돼도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


[심사평]

형식적 긴장감에 ‘상’ 전개 능력 탁월

시조 입문 희망자의 작품들이 시대와 너무 동떨어진 풍경을 노래하고 있을 때 심사위원들은 당연하게 시대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는 다시 서정성의 무게를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투고자들이 시대의식에 너무 기울어져서 정형시의 생명인 서정성에 정성을 덜 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시조는 우선 시로 읽히지 않는다. 올해 투고 작품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남다르게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어쩐지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탁월한 개성미도 찾을 수가 없다.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이 마지막까지 손에 들고 놓지 않았던 작품은 ‘사유의 독법’ ‘비밀번호’ ‘그 전자마트엔 실내등도 꿈을 꾼다’ ‘스카치테이프의 연애방식’ ‘어느 사직서’였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정한 감동을 준다는 점이었다.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진정성은 느껴지지만 상이 너무 단순한 작품, 참신하지만 말재주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작품, 시대의 어두운 면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제는 너무 보편적인 내용이 되어버린 작품 등은 어쩔 수 없이 내려놓고 ‘사유의 독법’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 시인이 보여준 작품에서 심사위원이 발견한 장점은 시조의 형식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만들고 상을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미적 개성이 다른 두 불상에 자신의 생을 겹쳐 읽으면서 ‘그게 다/내 안에 있는데/괜찮다, 꽃이 못돼도’라는 사유로 종장을 완결해내는 그에게 당선의 영광은 어울리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축하와 더불어 대성을 빈다.

심사위원 이우걸 시조시인


[당선소감]

‘시련도 꽃이 될 수 있음’ 알았습니다

분주했던 학년 말, 스팸인가 싶으면서도 받았던 전화가 당선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정녕 꿈같은 일이 저에게 일어나다니요! 울 수조차 없을 만큼 견디기 버거웠던 시간, 그 힘겨운 시간들을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시조였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단정한 형식미를 갖춘 시조는, 아픔과 상처를 다듬어 안으로 고요히 앉히는 데 맞춤이었습니다. 정성으로 손잡아 이끌어주신 더율동인의 지도 선생님, 서로 격려하며 함께 매진해온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따뜻이 곁을 주신 그 마음들이 포개어져 오늘의 이 기쁜 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제게 호곡장(好哭場)이 되어준 청송의 주왕산과 그분, 남다른 환경에서도 사춘기를 잘 건너온 강민, 성주 두 아들과 가족들에게도 고마움 전합니다. 내 안의 그대, 당신의 따뜻한 인연들 또한 저에게 늘 힘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기회를 주신 부산일보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삶의 시련도 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눈이 오면 울리던 전화가 없어 늘 젖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제가 첫눈 소식을 먼저 전할 수도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마음을 둘 데 없어 휘청거릴 때 위안이 되는 시조, 세상의 상처에 작은 손을 내미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괜찮다, 꽃이 못되어도” 라며.

약력 : 1966년 경북 울진 출생, 본명 김경숙, 대구교육대 졸업, 청송초등학교 근무, ‘더율시조’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