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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등록일 2024.01.02 06:3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36

[2024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사북

장경미

 

 

동생의 몸속에서 사북이 빠져나갔다

펴지도 접히지도 못하는 쥘부채로

흐느적 늘어지고 만

해삼 같은 몸뚱이

 

장손으로 태어나 어머니 면 세우고

갑갑한 시집살이 시원한 바람이던

댓개비 휘청이게 한

작디작은 저 구멍

 

헐거워진 정신은 돌아올 줄 모르고

다시금 아기가 된 아들 곁을 지키며

늙은 몸 갈고 갈아서

사북이 된 어머니

 


[심사평]

시조는 고려말에 생성되어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혈관에 면면히 흘러오고 있는 정형 미학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문학 장르가 시조이고, 현대시조의 발전을 견인한 것 중 첫째가 제국주의의 억압에 굴하지 않으려는 저항정신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가 시조를 가리켜 민족문학이라 서슴없이 일컬을 수 있는 이유다. 2024년 신춘문예 시조 부문 응모편수가 368편으로 경남신문 역사상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시조가 세대를 이어 활발히 전달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 기쁘다.

 

다만 응모작들을 일별한 결과, 정형 시학의 제한된 형식이 진부한 언어적 틀과 사고의 반복으로 이어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형식적 규범이 절제미를 조성하는 시조일수록 행간의 여백과 언어의 함축성은 필수적이다. 시란 자아에 갇혀 닫힌 세계가 아니라 자아를 내려놓고 자아를 여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개중에서도 시조는 형식과 의미와 표현이라는 세 개의 과녁을 동시에 노려야만 하는 까다로운 장르다. 치열함이 결여된 시조 이해는, 역설적이거나 낯설게 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의 진부함으로 드러나게 마련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사고와 인식, 전근대적 삶의 편린들, 정형성에 기초한 율의 효과 및 표현이 지나치게 동요적인 작품, 삶이 체감되지 않음으로 정서적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평면적 재현, 파격이 아니라 정형의 미숙함에 불과한 시들을 일차와 이차에 걸쳐 걸러냈다. 남은 작품은 한겨울에 매미 울다탄소 보폭, 더듬어 읽다사북이었다. 한겨울 구세군 종소리와 노숙자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밥차를 소재로 한 한겨울에 매미 울다’, 그리고 온실가스를 주목함으로써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는 탄소 보폭, 더듬어 읽다는 둘 다 사회성과 당대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인식의 건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두 작품 모두 탁월한 형상화를 보이고 있었다. 기성 문인들의 세례를 받은 흔적이 보이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지키는 노모의 뜨거운 모성(母性)에 결국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시상의 전개 방식이 삶의 진정성과 맞물리는 사북, ‘어머니야말로 이 땅에서 신의 사랑을 대신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만든다. 감동으로 말하자면 신춘문예 최고가 될 듯한 작품이라는 심사자의 말이 생각난다. 시인에게 기쁜 일이 일어났듯, 작품 속 동생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해본다. 아울러 시인의 무한한 발전을 응원한다.

 

심사위원 임성구·신상조

 

 

[2024 신춘문예 시조당선소감] 쉼이 되고 숨이 될 수 있는 글 쓰겠다

 

5그램 남짓 몸무게, 12줄의 키.

 

당선 연락을 받고, 첫 번째로 내밀지 못했던 원고를 다시 펼쳐 한참을 보았다.

 

가벼운 A4 용지에 쓰인 짤막한 3.

 

그 속에는 일 년이 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우리 가족 모습이 담겼다. 우체국에서 이별하고 온 글을 마음에서도 지우려 애썼다. 아직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고, 병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생과 어머니의 현실이 너무도 아파서.

 

글 쓰는 이들의 연말은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성탄절 같다. ‘신춘의 설렘과 기대가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보낸다. 성탄이 지나고도 휴대전화가 잠잠하면 밀려오는 허탈감과 아쉬움은 오롯이 혼자만 겪어내야 하는 진통이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쓰지 않고서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쉼이고 숨이 되는 시조가 내게는 어려운 과제 같았다.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 덜 익은 나를 스스로 가두기도 하고 옛것을 이어가는 시조의 책임감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당선 소식은 시조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슴에 품은 것을 쏟아냈는데 그것을 받아 준 그릇이 시조였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잠깐의 쉼이 되고 한 가닥 숨이 될 수 있는 시조를 쓰고 싶다.

 

부족한 글에 마음을 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남신문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자꾸만 야위어가는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조 부문 당선자 장경미 씨 1970년생 창원 거주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