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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5년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2 등록일 2016.01.29 11: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862

국제신문

 

달빛 길어 올리기

오은주

 

바람마저 돌아누운 달빛 아래 한지를 뜬다

고마운 천형天刑처럼 물질하는 늙은 손이

물속에 내려앉은 달, 달의 속살 건져낸다

 

백번을 흔들어야 항복하는 닥의 껍질,

아린 숨결 본떠내고 별빛 고이 아로새겨

하얗게 거듭난 한지, 숨소리가 따뜻하다

 

얇고도 질긴 근성은 민초의 마음일까

바람의 웃음마저 곱게 다져 걸러내면

어디서 묵란墨蘭 한 송이 꽃피는 소리 들린다

 

 

대구매일신문

 

 

감히

윤은주

 

 

장미꽃 한 바구니가

배달 된 어느 저녁

향기에 얹혀있는 이름이 퍽, 낯설다

아무리 헤아려 봐도

내 몫은 이미 아닌,

나 모르게 꽃은 피고

나 모르게 가버린 봄

한동안 달뜬 나를 단번에 주저앉히는

스물 몇, 딸 나이 뒤로

내 얼굴이 지고 있다

 

 

경남신문

 

바람만바람만

 

정황수

 

 

닭잦추는 새벽까지 소실점 없는 거리

잉걸덩이 엄두마저 찬이슬에 스러지

야속히 돌아누운 등, 그림자로 들썩이고

인터넷 창에 비친 낯선 얼굴 클릭하며

허방다리 너덜 세상 별 하나 잡으려는

덴가슴 저 페르소나 보폭이 너무 짧다

뿌리 잘린 소갈증에 말라버린 강대처럼

() 저리 꿈쩍없이 부대끼며 여위어도

부둥켜, 부둥켜안을 그런 아침 기다린다

 

 

경상일보

 

 

가을, 랩소디

오은주

 

읽다 놓친 편지처럼 또 한 번의 봄은 가고

시든 꽃대궁에 향기 남은 가을, 붉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매달 저를 지우는 일.

 

내일을 닫아버린 빈 방에 홀로 남아

올 터진 생각 달래 바늘귀에 꿰다보면

눈물도 나래를 펴나 창가로 가 별이 된다.

 

달을 걸러 가끔 피던 꽃소식도 감감하고

캄캄한 블랙홀에 움푹 패인 연못 하나

빈 배에 달을 싣는다, 비로소 완경完經이다.

 

 

농민신문

 

 

달을 쏘다

이창규

 

중산간 올라서면 한 뼘 거리 달을 향해

새총으로 쏘아 올린 유년의 기억 한 점

포물선 궤적을 뚫고 어느 별에 닿았을까

 

태반처럼 둥글게 휜 별자리 밟아가던

전생 어느 좌표에서 길 잃은 흔적들이

무통의 바다 저편에 징검돌을 놓고 있나 

 

결손만 이체하는 세월 앞에 낯이 붉어

따스하게 덥히는 온점으로 돋는 시간

먼발치 가늠하라며 부표 하나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