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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등록일 2016.01.13 18:0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641

[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금빛 질경이

정성호

 

흙바람 길을 튼다, 길섶에 씨방 연다

비에 젖은 잎새 위에 숨 고르는 햇살 한 줌

날마다 무게를 불려 등짐 지는 탑이 된다

 

척박한 가풀막이 떠밀린 뉘 요새인가

내일로 가는 길은 밟히고 또 밟히는 일

뭉개고 으깨어져도 겹겹이 반짝인다

 

가진 것은 여린 솜털, 촘촘하게 추스르고

한길에 오체투지로 한 땀 한 땀 밀어 올려

또 한 번 금빛을 푼다, 거방진 계절을 편다

 

 

[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새로운 시작과 인내의 다짐 새겨

 

마침내 꿈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 밤, 삼태성은 유난히 더 밝았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올렸습니다. 어둠의 질곡에서 빛의 통로로 저를 이끌어 주신 분들께 북받친 감사로 울먹였습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라는 회초리로 새로운 시작과 인내의 다짐을 제 자신과 주고받았습니다.

늦깎이의 덜 여문 작품을 뽑아주신 두 분 심사위원께 큰절 올립니다. 새로운 용기와 힘과 꿈을 주셨습니다. 시조를 좋아하지만 말고 사랑으로 보답하라고, ‘시인’이라는 관형사를 씌워 주셨으니 책임과 의무로 받겠습니다. 흙수저도 닦고 닦으면 금수저처럼 광채가 나는 세상, 그런 꿈을 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래하렵니다. 더 많은 소망을 담아낼 수 있는 치유의 시를 추구하렵니다.


앞으로 새해 인사는 시조의 종장 3·5·4·3 가락으로 흥겹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를 염원합니다. 제가 만나는 여러 분들께도 시조를 아껴달라 이야기하겠습니다. (사)민족시사관학교와 열린시조학회의 많은 도반들,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첫걸음마를 손잡아 주신 윤금초 교수님, 감사합니다.


바다에서 겪고 뭍에서 얻은 남다르고 독특한 제 경험들이 깊은 울림으로 퍼지도록 애쓰겠습니다.

언제나 힘든 몫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아내, 그 눈물과 도움으로 시조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또 늘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항상 아빠의 처지를 이해하고 힘을 주는, 귀한 보배인 딸과 아들, 당선의 벅찬 기쁨을 가장 소중한 제 가족들과 함께합니다.


△1951년 함양 출생 △한국해양대 항해과 수료△제주대 어로과 졸업 △25년 넘게 해상생활 △현재 민족시사관학교 회원

 

 

[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안정된 보법과 전개하는 힘 뛰어나

 

올해 경남신문은 창간 70주년이 된다. 그런 만큼 신년벽두를 장식하는 신춘문예 당선작은 독자를 설레게 하는 빼어난 작품이기를 소망하면서 심사에 임했다.

 

응모된 작품들은 시조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뤄 예년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여 흐뭇했다.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음풍농월, 영탄조의 서정성을 배제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 많았기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향상됐다는 느낌에 비해 타고난 가인의 기질을 지닌 단 한 편의 절창을 고르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을 떠나지 못한 작품으로 이진의 ‘콘센트’, 백윤석의 ‘사과나무 절집’, 정성호의 ‘금빛 질경이’가 논의됐다. ‘콘센트’는 단수 정형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줬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장과 중장의 가쁜 호흡에 이어 숨결을 고르며 마침표를 찍는 종장의 흐름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비해 ‘사과나무 절집’은 사과나무와 농부의 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고, ‘금빛 질경이’는 가장 낮고 척박한 곳에서도 잎을 틔우는 생명의 경외에 눈길을 주는 모습이 좋았다.

 

백윤석씨는 단아한 서정에 비해 낡은 시어에 의존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진씨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함께 보낸 다른 작품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흠결로 지적됐다.


우리는 긴 논의 끝에 정성호의 ‘금빛 질경이’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작품들의 고른 성취로 미뤄볼 때 습작의 과정이 튼튼했음을 확인했고, 그런 만큼 안정된 보법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물론 시상의 전개와 참신함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있다. 한국시조단을 짊어지고 갈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면서 응모한 모든 분들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이달균·서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