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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4년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등록일 2016.01.30 19:5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72

[201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진천 삼용리 백제 토기요지에서

홍수민

 

미호천 끼고도는 야트막한 구릉지

 

안내판만 정자세로 오는 이 반기고 있다

 

그 곁에 오랜 침묵 깨고 말을 거는 토기요지

 

달빛 한 점 받아내서 토기를 빚었을까

 

돗자리 두드림 문양 양념처럼 넣고서

 

반지하 움집 같은 가마 속 잉걸불에 뒤척이며

 

인사동 골동품점 자리잡고 앉아 있을

 

질박한 타날문 토기 어둔 등요 빠져나와

 

 

둥기둥 춤추고 있다, 나뱃뱃한 얼굴로 

 

  

[2014 영주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옥돔

이명숙

 

지느러미 가시 같은 까칠한 손잔등이

햇살을 뒤척이며 꾸득꾸득 말라간다

함지속 대여섯 뭉치 하얗게 핀 소금곷   
 
갈매기 비린 문자도 졸고 있는 오후 세시

굵은 주름 행간마다 서린 미소 너른 여백

 때 늦은 국수 한 사발 입술주를 퍼진다

 

  

식용유 한 스푼에 열 올려 튀겨내며  

 뼈째 먹는 보약이라나 오일장 할망 입심

바다도 통째 팔겠다 검정 비닐 속 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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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뜨게 부부 이야기

곽길선

 

내 가난은 에멀무지 뜨개질 하고 있다

도안 없는 가시버시 그 실눈 크게 뜨고

허공에 색실을 놓아 곰비임비 재촉한다

이랑뜨기 몰래하다 코 놓친 지난날이

너설을 빠져나와 휘감아 본 길이지만

마음은 삐뚤삐뚤한 아지랑이 길이 된다

어영부영 또 하루가 저녁으로 흘러가고

양지에 펼쳐놓은 눅눅해진 저 그리움들

오늘도 발바닥에 밟힌 티눈을 뽑아낸다

 

-뜨게 부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남녀.

-너설: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 나온 곳.

 

 

[2014년 대구매일 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흑점(黑點)

이나영

 

한사코 뿌리치는

너의 어지럼증엔

 

 

무언가 있지, 싶은 

 가을날 해거름 녘

비밀리

자라고 있다던

뇌하수체

꽈리 하나

좁아진 시야만큼

햇빛도 일렁인다며

태양의 밀도 속에

움츠러든 코로나처럼

궤도를

이탈하는 중

너는, 늘 

 

 

오리무중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풀꽃을 말하다

박복영

 

햇볕이 제 몸 꺾어 담벼락을 올라간 곳

담장 밑에 땅을 짚고 깨어난 풀꽃하나

시간의 경계 밖으로 내몰린 듯 애처롭다

 

뿌리박고 살아있어 고마울 따름인데

손때 묻은 구절들이 꽃잎으로 흔들린다

흔하디 흔한 꽃으로 피어있는 이름처럼

 

살면서 부딪치며 견뎌온 시간들이

따가운 햇볕에 파르르 떨고 있다

켜켜이 자란 잎들이 꽃 향을 우려내고

 

 

풀꽃, 하고 부르면 네, 하고 대답할 듯 

감아쥐고 올린 꽃은 또 흔들리고 흔들려도

중심을 잡고 일어선 꽃 대궁이 절창이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바람의 책장

-여유당 여유당(與猶堂)에서

구애영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그대의 표정을 보네

파도소리 스며있는 머리말 속말을 타고

첫 장을 지나는 노을

갈채로 펼쳐지네

 

 

오래도록 서 있었을 배다리 뗏목 위호

저문 하늘을 업고 떠나는 새때들 향해

별들도 산란을 하네

넘어가는 책장들

 

갈잎은 결을 세우려 마음을 다스리는가

안개의 궤적을 뚫고 스러지는 이슬안고

목민의 아슬한 경계

은빛 적신 판권이었네

 

 

*다산정약용 생가

 

 

[2014년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무지개를 수놓다

김정수

 

 

사다리 걸쳐놓듯 계단 쌓은 다랭이논

시금치 초록 한 뼘 유채꽃도 덧대놓고

종다리 박음질 소리 자투리 천 깁고 있다

 

시침질 선을 따라 꽃바늘로 감친 삶을

한 땀 한 땀 길을 내며 구릉 위에 서고 보면

지난날 눈물겨움도 무지개로 떠있다

 

개다리 밥상위에 옹기종기 놓인 그릇

아이들 크는 소리 가만가만 듣고 싶어

스르르 색동 한자락 꽃무늬로 앉는다

 

 

[2014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바람의 풍경

김석인

 

억새의 목울대로 울고 싶은 그런 날은

그리움 목에 걸고 도리질을 하고 싶다

있어도 보이지 않는 내 모습 세워놓고

 

부대낀 시간만큼 길은 자꾸 흐려지고

이마를 허공에 던져 비비고 비벼 봐도

흐르는 구름의 시간 뜨거울 줄 모른다

 

내려놓고 지워야만 읽혀지는 경전인가

지상에 새긴 언약 온몸으로 더듬지만

가을은 화답도 없이 저녁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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