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신춘문예/문학상

Home > 수상작품실 > 신춘문예/문학상
제목 201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6.01.16 20: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694

 

201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바다가 끓이는 아침

 

 

김광희

    

 

냄비 속 두부 비집고 순하게 누운 청어

 

여태껏 제 살 찌른 가시들 다독여서

 

들끓는 파도소리로 어린 잠을 깨운다

 

 

물 얕은 연안에도 격랑이 일었던지

 

거친 물살 버티느라 활처럼 등이 굽은

 

어머니 갈빗대마다 소금눈물 가득 찼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대양을 꿈꿨던지

 

시퍼런 등줄기가 심해를 닮아 있는,

 

몸속의 수평선 꺼내 끓여내는 아침바다

 

시조 당선 소감

“시조의 세계가 궁금…이제 용기내 파헤쳐볼 것”


 어릴 적 제가 살던 집은 북명사라는 절터에 지은 집이었습니다. 그 집의 부엌 살강 밑의 바닥이 망치나 괭이로 두들기면 흙이 튀어 오르고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북소리가 났습니다. 늘 궁금했지만 차마 그 바닥을 괭이로 파 보지는 못했습니다.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집을 떠나온 후 아직까지도 그 부엌 바닥이 궁금합니다.

 

그 부엌 바닥처럼 문학의 세계, 시조의 세계가 궁금합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어 캐고 파헤쳐서 그 궁금증을 내 손으로 풀어보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정해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고 뒤만 따라다녀도 내 자국에 빠져 허둥거렸습니다. 이제는 내 이야기도 해보려 합니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찾는 것을 향하여 길을 나서겠습니다.

 

 아버님의 제사장을 보는 중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절로 고기도 더 큰 것이 사졌습니다. 묵직한 장바구니가 무겁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부담스러웠던 제사가 즐거웠습니다. 늘 소심했던 제 자신에게 칭찬도 좀 해 주고 잘 지내자고 악수를 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내어 어릴 적에 살았던 그 집을 찾아가 보아야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면 환하게 웃어줄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농민신문>에 감사드리며 땀 흘리는 농민을 위해 더욱 발전하는 신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광희 ▲1957년 경북 경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경주문학상 수상 ▲시in 동인, 이목회 회원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평범한 생활시조의 상상력과 개성적 접근 주목”

 농민신문사가 시조를 통해서 민족 고유의 시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까닭은 농심의 현재적 관찰과 미래지향적 가치 질서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제나 소재가 시조의 작품성에 우선할 수는 없었다.

 

 예심 없이 두 심사위원이 골라와 최종적으로 거론된 ‘하늘공원, 슈퍼문 뜨다’ ‘소금이 온다’ ‘바다가 끓이는 아침’ 세 편은 각기 다른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늘공원, 슈퍼문 뜨다’는 상상력을 통해 역사적 비의(悲意)를 부각하여 호감이 갔으나 표현에 치중하느라 전달력을 잃어버려 배제되었다. ‘소금이 온다’는 아버지가 한평생을 바친 염전에서의 명상적 접근은 좋았으나 삶의 의미와 소금의 가치 사이에서 선택을 놓쳐 공감대를 약화시켜 흠결로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바다가 끓이는 아침’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청어찌개를 끓이는 평범한 생활 소재를 통해서 힘겹게 살아온 어머니를 발견하는 상상력과 셋째 수 종장의 ‘몸속의 수평선 꺼내 끓여내는 아침바다’의 힘을 확보하는 사유의 깊이에 박수를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나친 정보의 홍수 속에 획일화되고 서로 닮아버린 시조의 현실에서 체험적 생활시조의 또 다른 개성적 접근은 시조의 문을 넓혀 줄 것이란 관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