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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4.01.01 19:1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0

다마스커스 칼

이혜숙

 


소녀에서 어머니로

 

변화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연약하고

 

때로는 강해지는

 

수많은

 

아픔 속에서

 

태어나는 생이 있다

 

묵묵히 견뎌내는

 

너와 나의 시간들이

 

기쁨과 아픔까지

 

하나로 쟁여지면

 

어둑한

 

기다림에도

 

생이 있어 빛난다

 

서로 다른 둘이서

 

하나로 채워지는

 

수백 겹 겹쳐 이룬

 

드러나는 물결무늬

 

쉼 없는

 

두드림에도

 

살아나는 생이 있다

 

[심사평]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인생 잘 노래해

 

꽂아놓은 꽃과 썩 잘 어울리는 화병처럼, 과일을 담은 편안한 광주리처럼 자연스러운 미학을 머금고 있는 시조를 기다린다. 시대를 관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척 독자를 바라보는 그런 시조를 고대한다. 가락을 잘 살리면서도 가락에 휘둘리지 않고 시적 전언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시조, 자기만의 눈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어 세상을 이야기하는 시조.

 

이런 기대를 품고 보물찾기하듯 투고 작품을 읽어나갔다. ‘따옴표가 보이고 옷의 감정이 보이고 코리아 케라톱스가 보이고 현수막이 보이고 입을 지나는 문장이 보였다. 그리고 다마스커스 칼이 눈에 들어왔다.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었기에 개성과 언어의 세밀도, 진정성, 비유의 적절성과 긴장감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고심했다.

 

그런 끝에 옷의 감정다마스커스 칼’, 두 편이 손에 남았다. 두 작품 모두 말 부림이 예사롭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옷의 감정은 세련미에서는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재 면에서 살펴보면 너무 흔한 일상 풍경이어서 새롭지 않았다. 심사숙고한 끝에 올해의 영광을 다마스커스 칼에게 돌리기로 했다. 이 작품은 접쇠하여 강해지는 전투용 칼을 통해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 다짐하는 자성록 같기도 하고 우리 누구에게나 필요한 금언 같기도 한 메시지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다. 맑고, 날카롭고, 따뜻한 시인으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이우걸 시조시인

 

[당선소감]

힘든 삶 녹여낸 깊은 울림의 시조 쓰고파/ 이혜숙

 

 

창밖, 빈 나뭇가지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12월의 봄비인 듯 포근한 한나절 당선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꿈을 꾸는 듯 믿기지 않아 허둥대는 마음 가운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건강이 여의치 못해 직업도 내려놓고 힘든 통증을 견뎌내며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우리 시조는 심오한 매력의 문학이었고 시조 창작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조 공부를 하면서 제 일상의 먹구름도 걷히는 듯했습니다.

 

학창 시절 11일 새해가 되면 펼쳐지는 신춘문예의 지면은 너무나 환하면서도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졌지만 제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가 봅니다. 신춘문예 당선! 과분한 꿈이었기에 도저히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꿈을 이루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는 더 가다듬어서 또 다른 길을 나서렵니다. 힘든 삶의 긴 여정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시조, 힘든 삶을 녹여낸 진솔한 시조, 깊은 울림을 주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나에게도 다독입니다. 이제 아프지 말자! 쉼 없는 두드림에도 살아나는 생이 있고 어둑한 기다림에도 생이 있어 빛나는 것처럼 남루한 내 뜰에도 봄이 되면 꽃씨를 뿌리자고. 시조의 길로 이끌어 주시고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신 민달 선생님, 김임순 선생님과 그리고 사랑하는 두 아들, 가족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73년 경남 남해 출생, 시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