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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0.01.01 11:3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77

[2020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키오스크(Kiosk)

윤종영


일하다 밥 때 놓쳐 식당에 들어가니
반기는 사람 없고 무표정 기계들뿐
화면에 다양한 음식 단정하게 놓여 있다

유심히 훑어보며 빠르게 탐색한다
쉽지 않은 음식 주문, 사라지는 시장기
두 손은 공손해지고 식은땀이 흐른다

안내문을 읽고서야 터치를 겨우 한다
카드로 결제하고도 두렵고 어색하다
전광판 낯선 배식구 멀거니 바라본다


[심사평]
 
첨단의 문화현상을 서정적인 화폭으로 잡아내는 솜씨가 믿음직해

처음으로 공모한 신춘문예에 600여 편이 넘게 응모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의 대체적인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중앙지(紙·誌)어느 곳과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고른 수준이었다.

신춘문예는 새로운 신인을 뽑는 자리인 만큼 이를 선정하는 기준의 가장 첫 번째는 새로운 시적 상상력이 있는 작품을 쓰면서 장래가 과연 기대되는 작품을 쓰고 있는가라는 관점이다. 다음으로는 시적묘사나 서정성이 어느 정도 뛰어나게 하느냐다.

마지막으로는 시적 주제나 감동이 잘 처리되고 있느냐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세 가지보다 가장 우선하는 전제 조건은 시조의 형식을 잘 지키며 가락의 운용을 얼마만큼 자유자재로 하고 있느냐다.

예심을 통해 넘겨받은 응모자 중에서 박숙경, 허창순, 정빈, 윤종영 氏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네 분의 작품은 다 나름대로 장점을 지니고 있어 어느 작품을 당선으로 해도 괜찮아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번 정독을 하면서 당초 생각한 신인의 요건에 가장 부합한 작품을 고르는데 주안을 둘 수밖에 없었다.

박숙경 씨의 작품은 가락을 유연하게 타는 솜씨가 탁월한 반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데 다소 약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 마지막 수에서 보다 서정적으로 차오르도록 여운을 주는 기법을 보완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허창순 氏의 작품은 서사가 있는 여운이 좋았지만 가락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좀 더 유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빈 氏의 작품은 생기가 있고 활기차게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 관념적인 표현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판단되었다.

윤종영 氏 작품 「키오스크」는 주52시간, 최저임금제 등으로 2019년 들어서 부쩍 눈에 띄게 나타난 현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신인다운 자세가 엿보이면서도 안정적인 가락의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형상화시키기 어려운 첨단의 문화현상을 서정적인 화폭으로 잡아내는 솜씨가 믿음직했다. 같이 응모한 작품에서도 세밀한 묘사와 탄탄한 구성력을 보이고 있어 신뢰할 만했다. 당선작으로 밀어 올리며 축하를 보낸다.

당선자는 물론 마지막까지 겨룬 분들 모두 한국 시조단을 위해 정진해주길 바란다.

▷시조: 본심=이지엽 경기대 교수.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예심=윤석산 시인(전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도서관 대표)
[당선소감]
"백지가 되어 날개를 펼치리라"

당선 전화를 받는 동안 심장이 콩닥콩닥!
차분하게 전화를 받고 싶었지만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긴장과 떨림 사이로 전해오는 기쁜 소식을 듣는 순간 콧등이 시큰했다. 전화를 끊을 즈음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끝내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렇게 큰 기쁨을 내가 누려도 되나 싶은 생각에 모든 것 너무나 감사해서.

그리고 시조의 매력을 느끼면서도 용기가 없어 빠져들지 못하고 주저할 때 시조의 깊은 바다에 첨벙 빠져들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신 분들이 떠올랐다.

영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뉴스N제주와 심사위원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로 정진하여 시조단의 샛별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후광이 되어 응원하겠노라.’고 늘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최선생님과 시조의 눈을 뜰 수 있도록 좋은 작품과 함께 동행해 주신 시와길 문우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숨이 찰 때도 있었고 넘어질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학
일과 좋아하는 것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 했고 시간에 쫓겨 다녀야 했다. 숨이 찰 때도 있었고 넘어질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학이었다.

모든 것을 비우고 하얀 백지가 되고 싶다. 내 마음의 치유제이며 내 삶의 기폭제인 문학으로 천천히, 조금씩 채우면서 그 백지 위를 마음껏 날고 싶다. 아름답게 물들고 싶다.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문학을 붙잡고 일어났듯이 소외되고 아픈 상처를 소박한 문장으로 어루만져주며 지치고 힘들어하는 마음에 손 내밀어 함께 일어서고 싶다. 누구나 부담 없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를 시조의 행간 속에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기보다 쉽게 꺼지지 않는 잔불처럼 뭉근하게 시심을 태우는 백지가 되어 오랫동안 타다가, 타다가 날개를 펼쳐 조용히 날아가기를 소망한다.

<약력>
윤종영
1969년생
경기도 안양 거주
방송통신대학 졸업
시와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