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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0.01.02 21:1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646

[당선작]

 

백화점

김종순

 

Ⅰ.

성곽을 지키고 있는 제복 입은 기사들

목각 인형처럼 고개를 숙이지만

방향을 가리킬 때면

날렵한 선이 된다


Ⅱ.

층층마다 진열된 욕망의 소비재들

냉정한 핸드백들이 제 아무리 다짐해도

결국엔 모래성처럼

지폐들은 빠져나간다


Ⅲ.

첫 출근 했다는 신입사원 AI로봇

눈부신 조명만큼 상냥한 매너로

상품을 판독하면서

앞장서 걸어간다

 

 

[심사평]

섬세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으로 현실적 소재 포착

 

예년에 비해 응모자와 응모 작품 수가 많이 늘었다. 직품 수준도 높아졌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품 경향도 다양해졌다. 전통 서정의 경향에서 실험적인 작품까지 여러 모습이고 소재도 한층 다양했다. 전반적으로 시조의 형식을 잘 살리면서 사물을 새롭게 표현하는 능력이 느껴졌다. 충분히 읽고 의논한 결과 우선 ‘미모사’ ‘우포늪’ ‘두번, 겨울 산행’ ‘결승전’ ‘백화점’ 5편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여러 번 읽고 소감을 나누었다.

 

섬세한 감각을 보여주지만 시대적 울림이 부족한 작품, 무난해 보이지만 특별한 개성이 없는 작품. 수준이 고르지 않고 압축미가 부족한 작품, 비유가 신선하지만 서정성이 부족한 작품을 골라내고 나니 백화점이 남았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가장 현실적인 소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제나 소재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는 것은 대단한 미덕이다. 현대시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세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문명을 노래하는데 적절한 문장이다. 백화점은 오늘의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요와 공급의 현장이다, 그 현장을 시조로 포작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을 이 작자가 해내고 있다. 다른 작품들도 수준급이다. 우리 시조의 내일을 열어 갈 의심 없는 재능이라 믿으며 대성을 빈다. 심사위원 이우걸·하순희

 

[당선소감]

아름다운 언어의 집 짓고파

 

  • 4차 산업 혁명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옛 정서를 복원시켜 시조로써 인간의 사랑과 연민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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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시법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최후의 현관이 있을 것입니다. 그 현관 앞에 서기 위해 밟아야 할 과정이 필요했고 그 문은 혼자서 열어야 하므로 스스로 깨달음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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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책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벗하며 산책하는 즐거움에 빠져있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과 다리, 온 몸을 마사지하며 천륜의 정을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연약한 나에게서 이런 힘이 있었나 싶었고 비록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도 그 일을 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 계절이 바뀌는 것도 새로운 뜀박질을 하게 했습니다. 마음은 고되더라도 언어의 집을 완성하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습니다.

  •  

    시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한 기성 시인들의 유려한 작품들 혼자서 필사하며 보낸 시간들 앞에서 조용히 묵상해 봅니다. 시조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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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도록 기회를 주신 신문사와 두 분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1964년 함안 출생 △창원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경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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