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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8.12.31 22:5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03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페디큐어

박진형

 

 

조그만 발톱에서 새로운 꽃 돋아나

 

꽃밭이 마법으로 풍성해질 때까지

 

발걸음 사그라지는 발끝을 생각한다

 

 

어머니 흔들리는 건 그늘을 입기 때문

 

씨방 속 남은 열기로 닳은 당신 세워보면

 

점묘된 눈물자국은 혼잣말을 삼킨다

 

 

돌아본 발자국 소리 얼굴을 내밀 때

 

그믐달 위로 하나 둘 피어난 바닥꽃

 

꽃잎은 울지 않기 위해 발끝부터 타오른다

 

  

 

 

[심사평]

 

체험의 구체성을 진솔한 이미지로 조형

 

이번 국제신문의 시조 응모작은 칠백오십여 편, 상위 10%의 작품은 수준급이었다.

 

그중에는 타 장르 신춘문예 출신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말씀도 덧붙인다.

 

 

그래서? 어쩌라고?’ 시를 읽은 뒤에 혀에 이런 말이 감기면 그 작품은 덜된 시다.

 

시조 또한 독자를 겨냥하는 한 이런 단언으로부터 자유로운 시인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습작기의 문청에겐 일단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노련함과 낯익음은 시의 동

 

력을 떨어뜨리며 신춘이라는 시적 모험의 걸림돌이기에 최종 10 편에서 다시 4

 

으로 축약하기까지 선자들의 고심이 컸음도 밝힌다.

 

 

오서윤의 가방은 해석의 고민 없이도 감각적으로 읽히는 속도감은 경쾌했으나 이

 

미지의 생경함이 아쉬웠다. 여자의 일생을 손에 비유한 김수원의 손의 배후는 깊은

 

성찰로 끌어낸 구와 구 사이의 긴장감은 좋았으나, 상투적 서술로 적절한 시적 효과

 

를 놓쳤다. 김나비의 모노드라마는 활달한 상상력과 감각적 표현에 비해 묘사에 치

 

중하느라 주제를 겨냥한 구심력을 잃는 아쉬움이 있었다.

 

 

박진형의 페디큐어는 슬픔과 상처에 닿아있지만 감상의 뿌리를 거느리지 않는 생

 

생한 발화가 강점이다. 체험의 구체성을 받쳐주는 사유의 도약과 이미지를 조형해내

 

는 솜씨가 자연스러웠다. 둘째 수에 의외의 시상 전개에도 불구하고, 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가공된 정서가 아니라 진정성임을 함께 보내온 희망 트럭’ ‘에서

 

도 잘 드러냈기에 당선작으로 올린다.

 

 

좋은 시란 울림이 큰 시일 것이다. 침묵으로 여백을 이끌어내는 시를 쓰기가 어디 쉬

 

운가. 그런 의미에서 시는 장전하지 않은 총이요, 산문은 장전한 총이라는 어떤 이의

 

은유가 떠오른다.

 

 

울지 않기 위해 발끝부터 타오르는 바닥꽃으로 새날을 환히 피우시길 바라며 아쉽

 

게 내려놓은 세 분의 작품에도 못다 한 마음을 전한다.

 

이승은·박권숙 시조시인

 

 

 

[당선소감]

율격 지키되 은유 풍성한 시조 노래할 것

 

시를 생의 목표로 두고 좋은 시인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늘 왜 시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행여 시를 쓰고자 하는 것이 문학적

 

허영심 때문은 아닐까 돌이켜 봅니다.

 

 

낮은 자세로 시의 몸을 갖고 삶이 시가 되는 황홀경을 맛보는 생의 도약을 꿈꿉니다.

 

 

용인에 살면서 약천 남구만 (藥泉 南九萬 )의 유적지와 묘소를 돌아보곤 했습니다.

 

국민 시조인 동창이 밝았느냐를 비롯하여 많은 시가를 지은 약천은 벼슬을 그만둔

 

뒤 여생을 용인에서 보내며 문집인 약천집을 남겼습니다. 시조를 써야겠다는 생각

 

을 하게 된 것도 상당 부분 그분 덕입니다.

 

 

불어를 전공하여 대학 시절 프랑스 고전 시를 읽으면서 정형시의 아름다움을 느꼈습

 

니다. 음절 수와 각운을 맞추면서 전개되는 정형시가 주는 묘미를 기억합니다.

 

 

시조를 쓰면서 정형의 틀에 갇히지 않고 울림이 있는 시적 자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시조의 율격을 지켜가되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와서 은유가 풍성한 비밀의 정원을 가

 

꾸어 가겠습니다.

 

 

시조에 첫발을 내딛도록 기회를 주신 이승은 박권숙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국제신문

 

관계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조를 통해 우리말의 결을 살려 노래하겠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시조를 가르쳐 주신 조경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시란 동인,

 

Volume 동인, 용인문학회, 시에문학회 문우들, 사랑하는 가족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약력=1968 년 전남 구례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용인한국외국어대

 

학교부설고등학교 교사. 시란 동인, Volume 동인, 용인문학회 회원, 시에문학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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