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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9.01.02 02:4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31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이경선

  •  

    간신히 삼켜버린 한숨이 비려지면
  • 목 안의 근육들이 실눈처럼 벌어지고

    묵묵한 바다를 향해

    등 구부려 해감한다

     

    물 위를 달려가는 주름진 한숨 더미

    부표를 끌어안고 바다는 늙어가고

    관절의 묵은 소금기

    일어서려 넘실댄다

    성글은 어망 속엔 철 만난 알 품은 게

    어망을 부여잡은 게의 집게발과

    서로를 놓치지 않는

    게와 게의 집게발

     

    바다는 게를 따라 포구로 올라왔다

    바다를 뜯어내느라 기우는 어부의 등

    창백한 휜 낮달 같다

    생활이 만곡이다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치밀한 구성·구와 장의 안정감 뛰어나

 

  • 메인이미지왼쪽부터 장성진·이달균

    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은 예년에 비해 늘었다. 자칫 힘겨운 일상을 지나다 보면 자아를 돌아볼 겨를이 없게 되는데 민족의 전통시인 시조의 창을 통해 자신과 시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흐뭇하다.

  •  

    시조는 절제와 응축, 가락의 문학이다. 700년 전통을 이어오면서 민족시가로서의 위상을 지켜온 이유는 가슴에 켜켜이 쌓인 말들을 뱉어내고자 하는 본능의 원심력과 그 방만함을 절제하며 가락으로 다독이려는 구심력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심사 관점 역시 그런 경계 위에서 얼마나 감동을 수반하고 있는지를 주안점으로 보았다.

  •  

    선자의 눈길을 끈 작품들은 '하늘 특강', '매생이가 온다', '번트',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등 4편이었다. '하늘 특강'은 강의실 풍경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발상은 신선했으나 장이 거듭되면서 묘사보다는 서술에 의존하여 긴장감을 잃어버린 것이 흠결로 지적되었다. '매생이가 온다'는 얘기를 끌어가는 힘과 패기가 좋았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시조 본연의 장점인 절제와 응축의 결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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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번트',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 두 편이었다. '번트'는 야구경기의 맛을 더해주는 기습번트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다섯 수로 끌고 가다보니 불필요한 시어들과 정제되지 않은 서정으로 인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흠이 있었다. 이에 비해 '바다에서 게를 뜯어내고'는 위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잘 극복한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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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을 예감하면서 안간힘으로 생명을 부지하려는 게를 통해 어부의 지난한 삶을 대비시킨다. 셋째 수에서 '집게발'의 중복이 문제시 되었으나 넷째 수 종장의 완성도가 이를 상쇄시켜 주었다. 구성력의 치밀함도 기대를 갖게 하고, 구와 장의 안정감이 단단한 습작의 흔적을 보여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뽑는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시조인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 낙선한 분들에게는 가열한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장성진·이달균)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좋은 인연들에게 띄우는 감사 인사

시조 부문 당선자 이경선 씨   

  • 메인이미지이경선

    달이 참 예뻤다.

    감사 인사만 전하자고 마음먹었다.

    김기택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만난 첫 선생님이 교수님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하지만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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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르고 또 게으른 나를 온갖 잔소리와 채찍질로 어떻게든 글을 놓지 않게 만든 안동 사는 이지은 양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간 당신 덕에 숨을 쉬고, 글을 쓰고, 살아남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느라 항상 수고가 많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영광입니다. 옥진 언니, 금란 언니, 현재 언니, 정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까칠하고 날 선 저를 있는 그대로 무던히 감당해 주셔서 곁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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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 출판사의 최성훈 사장님, 틈틈이 일하게 해주셔서 고비마다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가르침을 주신 노희준 교수님, 해이수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조금씩이라도 좋은 소식을 계속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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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경주야, 얼굴도 자주 못 보고, 연락도 드물지만 네가 언제나 행복하길 기원해. 평범하게 가족을 지키고 사는 네가 대견해. 미움과 증오에 자신을 내주지 않기를,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은 삶을 계속 살아나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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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친구인 래선, 어서 힘을 내고 스스로 일어나길. 래선이 동생 화성, 넌 잘 살 거야. 믿어 의심치 않아. 지현 언니, 정 없는 사람을 정으로 챙겨주는 것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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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뽑아주신 경남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또 한 번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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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선 씨 1971년 서울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