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시조 무문)]
뿔, 뿔, 뿔 이현정
고요했던 순물질 비등점에 닿는 순간
최선의 방어이자 최후의 공격으로
뿔, 뿔, 뿔 들끓어 오르지 맹렬해진 심장의 서슬
차오르던 역한 기운 포화점을 넘는 찰나
한 모금 혼돈주로도 솟구치는 혀의 돌기
이맛전 짓이겨져도 치받아버리지 뿔 뿔 뿔
[심사평] 새해 벽두에 봄을 맞이할 전령시를 보낸다. 달마다 검증을 거친 응모자들의 정련된 작품들이 라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설경미의 ‘이웃집 여자’, 황혜리의 ‘먹이사슬’, 김수현의 ‘유빙’, 윤애리의 ‘쉼표’, 예숲의 ‘파종’과 이현정의 ‘뿔, 뿔, 뿔’이었다. 단단한 말의 결에 삶의 역동성이 넘치는 발화법으로 불안한 관계와의 존재를 성찰하거나 현실의 지난함을 토로하는 시편들과 새로운 시대의 파종을 꿈꾸는 노래들이 다채로웠다.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시가 언어의 심연에 가닿 지 못하고 표피적 한계성, 시인의 날카롭고 치열한 시정신과 개성적인 목소리의 부재를 걱정 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이웃집 여자’는 오른손을 들면 왼손이 아쉬웠지만 이현정의 ‘뿔, 뿔, 뿔’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다수의 원숙한 다른 작품에 비해 패기와 진정성, 미래의 가능성을 택한다. 조금은 서툰 보법 속에 주눅 든 현실에 기죽지 않고 한 시대를 난타하며 시적 전략을 곁눈질 않는 그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박권숙, 염창권, 이종문, 최영효(대표집필)>
[당선소감] 어떤 말을 벼려 쓰면 후회가 남지 않고 기억에 남는 소감이 될까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끝을 거듭 짚어 봐도 제한된 지면 안에 진심과 감사를 담는 것 외에는 답이 없기에, 소 박하고 담박하게 소감을 전해 봅니다. 감정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거친 질감의 시조, 더 무두질해야 할 시조를 꼭두에 올려주신 심 사위원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내가 창작한 작품, 나만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의 길목에 한 걸음을 뗀 기분입니다. 두 발이 가뿐하 고 또한 무겁습니다. 어머니처럼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동생과 누구보다 뿌듯해 하실 아버지, 자기 일 마냥 기뻐해 준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록 야인이셨지만 시를 참 잘 쓰셨습니다. 시를 쓰고 싶다는 손녀에게 “온 마음으 로 사랑하며 대상을 바라보라”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말씀에 담긴 마음을 시금 석으로 삼겠습니다. 처음 시조에 눈 뜨게 해주시고 불초 제자를 어르고 달래며 정진케하시는, 존경해 마지않는 이 정환 선생님께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대학 시절, 좌우명을 써 내라 하시기에 ‘그럼 에도 불구하고’라는 이음말만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음말에 담긴 진정성을 알아보셨던 스 승님 덕분에 이 영광의 자리에 제가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깊이 천착하여 오래, 오래도록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1983년 경북 안동 출생. 대구교육대 졸업. 경북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대구광역시교육 청 학교생활문화과 파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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