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도 즐기는 현대예술에서 정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말을 다시 꺼내는 것은 정형시의 전제 때문이다.
그만큼 시조에서는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운 완결미가 중요하다. 정형 구조의 운용 능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종장 처리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어떤 놀라운 발견이나 발상도 정형 속에 녹여 담지 못하면 시조의 위의(威儀)를 놓치는 것이다.
그런 특성을 앞에 두고 김경태·황혜리·조우리·이용규·김나경씨의 작품을 거듭 읽었다. 각기 삶에 육박하는 진정성과 개성적인 발성으로 나름의 시적 개진을 보였다.
30대가 처한 현실의 응전을 발랄하게 그려낸 황혜리씨나 전보다 정제된 서사와 전개를 긴 호흡으로 보여준 조우리씨는 종장의 묘미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밀렸다. 오늘의 현장에서 길어내는 이용규씨의 육성과 청춘이 당면한 현실에 직입해간 김나경씨의 목소리도 진솔한 울림을 담았지만, 그 이면까지 짚는 밀도에는 못 미쳤다. 결국 김경태씨 응모작들에 담보된 장점과 새로움의 가능성을 집어 들었다.
당선작 '환절기를 걷다'는 자연스러운 시상과 율격의 갈무리가 돋보이는 가편(佳篇)이다. 정형 속의 자유를 구가하듯 음절 수를 넘나드는 음보율
로 구(句)도 부드럽게 타넘고 있다. 각 환절기에 담긴 '사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펼치고 거두는 구조 운용과 종장의 낙차로 빚어내는 여운이 참하다. '푸른 입맞춤으로 타들어가는 눈물'의 힘을 집어올린 만큼, 정형의 영역을 더 뜨겁게 갱신해가길 주문한다.
눈물을 여미고 다시 설 응모자들께 위로와 기대를 전한다. 김경태씨 당선을 축하하며, 당찬 비약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