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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0.01.01 03:1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622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진 헤어살롱

장남숙

 

스팸메일 지우듯 싹둑싹둑 잘라내도

낮 불 밝은 살롱은 루머(rumor)가 크는 온실

엉터리 가짜뉴스가 물들이며 치장이다

오랜 날 기다린 듯 끈 풀린 수다들이

해가 긴 오후만큼 끝없이 늘어지고

미용사 장갑 낀 손만 귀 닫고 한창이다 

친친 감는 머리카락 뜬 소문 리플레이 

들통 난 통화내용 진짜라도 어쩔 건지 

까맣게 염색한 세상 알고 보면 새치다

 

 

                                 

[시조 심사평]
시어 다루는 솜씨·시조 가락 수련 흔적 읽혀
 
기도하듯 응모작품을 읽어 나갔다. 응모하는 분의 지극한 마음을 헤아리기에 심사하는 동안 설렘과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숙독 끝에 응모자 106명의 389편 중 십여 편의 작품을 골라내고 다시 압축했다. 치매, 실직 등 이미 많이 다룬 흔한 제재, 참신성이 부족하고 진술이 주를 이룬 작품을 내려놓았다. 무리한 비유, 어지러운 단어 나열은 뿌리 없이 자란 무성한 잎 같아 위태롭고, 시적 정신의 부재 속에 튀는 풍자는 시조의 품격을 낮춘다.
 

‘모래시계 화석’ ‘객’ ‘호두의 집’ ‘설렁탕의 아침’ ‘차광목 속 성지’ ‘진 헤어살롱’을 두고 고심하다 최종적으로 ‘차광목 속 성지’ ‘진 헤어살롱’으로 압축했다. 두 편의 개성은 확연히 달랐다. 그 다른 점이 심사의 어려움이었다.

 

‘차광목 속 성지’는 발상이 참신하다. 그러나 도발적이고 생경한 단어 선택이 신춘문예의 특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어가 생쌀처럼 씹혀 끝내 내려놓게 되었다. 비유에 치우치다 보니 그래서라는 문제가 남는다.

 

‘진 헤어살롱’은 ‘미용실’이 아닌 ‘헤어살롱’이라는 시어로써 작품 전체에 진짜와 가짜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세태를 풍자적으로 그려낸 점이 시선을 잡았다. ‘진’은 마지막 종장의 ‘염색’한 ‘새치’를 대조적으로 강하게 받쳐 주어 주제를 향한 시어들의 집중력을 읽을 수 있었다. 시어를 다루는 솜씨나 주제를 이끌어 가는 힘, 그리고 시조가락에 대해 수련을 한 흔적으로 읽힌다.

당선을 축하하며 시조단의 새 힘이 될 것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전연희 

[당선 소감] 겨울 모과나무처럼 꿋꿋하고 치열하게 쓸 터

                                                                       

잎 다 지고도 노랗게 매달린 모과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순간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품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아름다운 우리 시조가 그렇습니다. 

 

시어는 간당간당 손끝에서 흔들리고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를 태우는 나날이 길어졌습니다. 지독한 짝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쳐 한 편의 작품을 만나는 날은 가슴이 뛰었습니다. 부산시조시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연수를 통해 시조에 입문한 후 그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왔습니다. 추위에도 저렇게 매달린 모과처럼 꿋꿋하게 치열하게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밝히는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점심시간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모과나무 아래에서 뛰놀고 있습니다. 쓸쓸한 운동장의 아이들은 노란 모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도록 아이들 가슴마다 꽃 한 송이 심어주겠습니다. 선암의 아이들과 함께 우리 시조를 외우고 쓰겠습니다. 시조의 힘이 아이들을 상상력과 창의력이 강한 아이로 자라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가슴 떨리는 기쁨을 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부산일보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조의 길을 함께 걷는도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과도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 1964년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업. 선암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