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신춘문예/문학상

Home > 수상작품실 > 신춘문예/문학상
제목 2018년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7.12.31 22:0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26

[당선작]

 

무사의 노래

김현주

 

 

 

갑옷도 투구도 없이 전장으로 오는 장수
 
식당 문 왈칵 열며 "칼 좀 가소, 칼 갈아요"
 
허리춤 걷어 올린 채 이미 반쯤 점령했다
 
 
무딘 삶도 갈아준다, 너스레를 떨면서
 
은근슬쩍 걸터앉아 서걱서걱 칼을 민다
 
삼엄한 적군을 겨누듯 눈은 더욱 빛나고 


칼끝을 가늠하는 거친 손이 뭉텅해도 

날마다 무림고원 시장골목 전쟁터에서 

비릿한 오늘 하루를 토막 내는 시늉이다 


적군이 퇴각하듯 자꾸만 허방 짚는 

가장의 두 어깨가 칼집처럼 어둑해도 

생의 끈 날을 세우며 바투 겨눈 하늘 한 쪽

 

 

[당선소감]

겨울 한파에 봄바람처럼 날아든 기쁨과 환희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 또 보며 손에서 놓지 못하다가 마감 하루 전날에서야 원고를 그렇게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신열을 앓듯 뒤척이며 간절함만이 남아 까맣게 지새우기를 며칠 …. 꿈결인 듯 날아든 당선 소식은 겨울 한파가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느껴질 만큼 기쁨과 환희였음을 누가 알까요?
 
수년 전 문화예술인들의 쉼터였던 <날마다 소풍>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할 때 깊은 주름살에 형형한 눈빛의 칼을 가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무사도 정신과도 닮았던 그분의 흐트러짐 없는 칼끝 같은 꼿꼿한 모습에서 저는 '무사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분의 안녕과 녹록지 않은 생의 길에 희망을 전합니다. 시조라는 식탁 위에 정갈한 상차림을 준비하는 마음, 신선한 재료들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드는 일, 그런 정신으로 시조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진부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시선을 가지라고 가르쳐주시는 울산 동구청 복지관 <시조교실> 이서원 선생님과 함께하는 우리 문우님들, 화가로 늘 바쁜 가운데서도 응원해 주는 남편, 사랑하는 가족과 포항의 어머니, 동생 그리고 나의 여고 친구들 고맙습니다. 

이 시대에 올곧은 직필, 부산일보사에 깊이 감사드리며 부족한 저의 작품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68년생. 유치원 교사 역임. 아동 미술 및 독서지도

 

[심사평]

적절한 긴장과 이완, 미소를 자아낼 만큼 신선

 

400여 편 면면히 살펴 읽었다. 얼마나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심사하는 내내 설레었다. 정형성과 시적 승화의 절묘한 조화를 요구하는 시조이다. 정형의 바다에 풋풋한 언어로 출렁이는 싱그러운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이 신춘시조 응모 작품에 더욱 뜨거운 열망으로 솟는다.
 
모호한 비유, 묵은 고정관념으로 그린 작품들을 우선 내려놓았다. 이미 많이 다루어진 흔한 소재와 주제들은 비록 현실에 기초를 두어도 더 이상 시선을 끌지 못했다. 제목의 평이함으로 내용을 살리지 못한 작품이 더러 있어 아쉬웠다. 한 문장을 삼행으로 나누어 놓은 듯한 작품도 의외로 많았다. 시조에 있어 장의 독립성과 유기적 구성을 알고 시조창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낡은 하루' '종마, 아버지란 말' '곡선의 힘' '무사의 노래' 네 편이었다. '낡은 하루' '종마, 아버지란 말'은 치열하게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발목을 붙든다. 직설적인 데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무겁다.
 
마지막까지 '곡선의 힘' '무사의 노래'를 두고 고심했다. '곡선의 힘'은 네 수가 적절한 비유와 유기적인 구성으로 주제를 선명히 이미지화하고 있다. 한 마디로 노련하다. '무사의 노래'는 칼 가는 사람을 갑옷도 투구도 없는 장수로 환치해 오늘의 우리 가장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되어 시선을 붙드는 데 성공한다. 미소를 자아낼 만큼 긍정적이다. 그러면서도 신선하다.

노련함보다 패기와 발전 가능성에 방점을 두었다. '무사의 노래'를 당선작으로 민다. 시조단의 새 힘이 되길 바라며 축하한다. 심사위원 전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