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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7.12.31 21:3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06

[당선작]

 

푸른, 고서를 읽다 

박경희

 

 

 

소나무 그리움은 기린처럼 목이 길다
쓰린 몸 향기롭게 그늘도 감아올려
하늘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헤아린다

화첩의 여백으로 허공 깊이 살피면서
삼릉*에 얹혀사는 풀잎들 가슴 속에
바스락, 속지인 듯이 흰 구름 들앉히고

더러는 메마른 몸 바람에게 내어준 뒤
조릿대 쑥부쟁이 그 앞섶 쓰다듬어
잘 익은 풍경 하나를 남산에다 잇댄다

한 세월 갈고닦은 갑골문의 필법같이
어디선가 날아온 한 마리 딱따구리
오늘도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하는


*신라시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무덤.

 

[당선소감]

힘든 습작의 연속 … 초연히 내 길 걸어갈 것

 

그동안 너무 힘든 습작의 연속이었다. 당선 전화를 받고 저녁이 붉어지도록 나는 하염없이 걸었다.

   

내 삶은 생존의 질곡 속에 다양한 시상의 형태로 존재한다. 때로는 모순되고 난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고, 방황하고, 견디었다. 시 앞에 서면 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민낯에 이제는 애써 화장하지 않으리.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리. 날마다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날카로운 세상의 말들을 벼리면서 나는 나의 길을 초연히 걸어가리라.

당선의 기회를 주신 국제신문사와 관계자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어여삐 봐주신 이우걸, 박권숙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동안 시를 공부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도 시조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신 이교상 선생님의 그 열정에 오늘 경의를 표하면서,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시조를 삶으로 받아들인 ‘교상학당’ 회원들께 이 영광을 돌린다.

 

[심사평]

비범한 상상력 밀도 높은 서정으로 풀어내

 

한국정형시의 눈부신 미래를 견인할 최고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에 쏠리는 뜨거운 기대와 열망을 담보하듯, 수백 편의 적지 않은 역작 중에서도 당선의 영예를 안은 ‘푸른, 고서를 읽다’는 단연 선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늦가을 경주 남산, 삼릉의 소나무에서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한 ‘고서’를 읽어내는 비범한 상상력의 천부적 재기를 오히려 깊은 숙고로 다스려낸 결 고운 서정의 녹록지 않는 깊이와 밀도가 믿음을 더해주었다. 특히 700년을 지켜온 시조장르 특유의 절제된 기본미학에 완벽하리만치 충실하려고 애쓴 가락 부림의 묘미가 근래 기성 시인들조차 간과하기 쉬운 소중한 미덕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우걸 심사위원(왼쪽), 박권숙 심사위원

또한 당선작과 함께 보내온 4편의 동봉작 역시 흠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른 수준의 안정감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 역량 있는 새 시인의 탄생을 선자 일심으로 확신하였다.

이외 당선작과 함께 결심에 오른 작품으로는 조선 말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그림을 통해 그의 거침없이 호방했던 예술혼과 생애를 활달하고 패기넘치는 남성적 톤으로 조명해낸 ‘군마도’, 홍시에 연관된 유년의 기억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따뜻하게 형상화한 ‘홍시유감’, 도시고층 건물의 유리창을 밧줄에 매달려 닦는 한 가장의 비애를 절체절명의 빙벽이미지로 육화한 ‘담쟁이를 읽다’이다. 나름의 개성이 뚜렷이 부각되는 수작들이었지만, 각각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하거나, 숲만 보려다가 자칫 나무를 잃어버리는 아쉬움이 지적되었고 대표작을 받쳐줄 동봉작의 힘도 미흡했음을 밝힌다.

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는 지역과 나이를 넘어 응모작 전반에 걸쳐 무게감이 느껴지는 고른 수준에 올라 있었고, 특히 해외응모작들의 쇄도로 가히 국제신문과 시조의 위상이 범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 참으로 고무되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이우걸·박권숙 시조시인    

늘 진심을 담아 응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약력=1966년 경북 상주 출생. ‘창작21작가회’ 회원. ‘교상학당’ 시조 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