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2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3.01 21: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3

<장원〉

다보탑을 줍다
강영석

하루의 무게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퍼즐 같은 보도블록 하나, 둘 더듬다가
가로등 기대고 있는 십 원을 주웠다

수많은 눈길 속엔 짐 같은 존재였는지
짓밟히고 채이다가 생채기만 남은 흔적
검붉은 이끼 사이로 팔각 난간 상처 깊다

시퍼렇게 날 선 바람 난도질하는 골목길에
몸 하나 담고 남을 몇 원 짜리 박스 포개
힘겹게 허기를 줍는 백발의 부르튼 손

먼 곳만 바라보며 걷던 발길 멈춰 섰다
발끝을 찌른다 딛고 섰던 바닥이
오늘 난, 국보 20호 단단함을 보았다

〈차상〉

어떤 도전
최은지

코로나에 휘둘리다 가다 말다 대학 4년
뉴스로 본 취준생 어느새 나도 뛴다
이력을 만드느라고 눈발 손발 붉었다

어쩌다 희망퇴직 공공 근로 하다 말다
낡은 양복 깃 세우고 딸딸 긁어 보낸 이력
폰 소리 귀가 닳도록 헛소리가 빙빙 돈다

깜도 안 된 시詩를 안고 어디든 두드린다
달빛 당겨 먹을 갈고 이생 전생 겨뤄 봐도
희망은, 기다릴 곳 있을 때 청매화가 피더라

〈차하〉

경칩
한영권

강물 몸 푸는 소리 홍매가 먼 귀로 듣고
화들짝 퉁방울눈 웅크린 뒷다리로
개구리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스프링

〈이달의 심사평〉 

2월 장원은 강영석의 ‘다보탑을 줍다’다. 10원짜리 동전을 통해 폐지 줍는 노인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다보탑은 석가탑과 함께 과거와 현재 부처의 발현을 보여주는 상징성 짙은 탑. 10원짜리 동전 속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 동전은 길에 떨어져 있어도 누가 줍지를 않는다. “짓밟히고 채”인다. “먼 곳만 바라보며” 큰 것만 기대하며 살기 때문이다. 화자는 “몇 원 짜리 박스”를 주우며 사는 노인이 “허기를 줍”듯 줍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다른 가치로도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국보 20호 단단함”이 함께 할 것이라면서.

차상은 최은지의 ‘어떤 도전’이다. 각 수 마다 다른 시적 화자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 수는 코로나로 학교는 “가다 말다”했으나 “이력을 만드느라고 눈발 손발 붉”어져 어느새 취준생이 되어있는 대학생이, 둘째 수는 “공공 근로”를 “하다 말다”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다소 이른 퇴직자가 화자다. 셋째 수는 “달빛 당겨 먹을” 가는 시인 지망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무엇에 도전하고 있다. 현실은 막막해도 “기다릴 곳 있을 때 청매화가 피더라”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건강하게 와 닿았다.

차하는 한영권의 ‘경칩’이다.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긴 하다. 그러나 그 소리를 “홍매가 먼 귀로 듣”는다거나 개구리가 튀어 오르는 장면을 “스프링”이라고 표현한 것은 상투성을 다 덮고도 남았다. 다의어로서의 spring을 적절하게 운용하여 봄이 확 “튀어 오”르는 입체적 이미지를 구사해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 강현덕(대표집필), 손영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