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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4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4.28 11: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04

[장원]

벚꽃 퇴고(推敲)
김정애

원고지 빈 여백을 겨우내 궁글리던
청사로 왕벚나무 초장을 쓰고 있다
음이 다 소거된 폭죽으로 후끈 달뜬 몸짓으로

배란 앞둔 여인네 주체 못할 격정 같은
연분홍 도화살이 만개한 4월 근처
모질게 끓고 밝혔다 사그라들 중장 무렵

절정을 안다는 건 허무를 담보하는 것
슬픔 또는 기쁨은 모두 한때 꽃일 뿐
해마다 첫 경험 앓듯 종장을 진술한다

김정애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2017년 제주일보지상백일장 차하. 2019년 8월, 2021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차상]

소금 창고
김현장

짜고도 비릿하게 빛나는 바다의 맨몸
살아온 생채기 보며 하얗게 죽어갔을까
비워낸 그 자리마다
붉디붉은 갯내음

누룩의 꽃처럼 핀 염전 보며 알았다
그리움의 끝단도 여며야 한다는 걸
망막의 실핏줄 속에 바닷물이 스며든다

창고엔 오랜 꿈들 사리처럼 쌓여가고
수차 밟던 시간이 염수처럼 내릴 때
꽃대에 빨간 샐비어
망울망울 피어난다

[차하]

달고나
황남희

달 속에 별을 박고 별 속에 꿈을 심는
아주머니 손놀림에 한 우주가 탄생한다
얼룩진 유년의 단맛
옛 시간을 더듬는다

위성과 항성 사이 새겨진 생의 윤곽
소다 빛 화상 자국 흑점으로 식어갔다
바늘 끝 닿는 곳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이달의 심사평]

보내온 응모작을 열 때는 늘 기대와 설렘이 있다. 숙독과 논의를 거쳐 장원으로 ‘벚꽃 퇴고’(김정애)를, 차상에 ‘소금 창고’(김현장), 차하에 ‘달고나’(황남희)를 선하였다.

‘벚꽃 퇴고’는 발상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벚꽃이 개화에서부터 절정, 낙화를 거치면서 순응과 반복을 통해 형성하는 질서에 시조창작의 과정을 입혔다. 대상에 대한 피상적 접근을 경계하고 시어 부림에 좀 더 신중했더라면 두 현상(창작과 벚꽃)이 한 편의 시조에 보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것이다. 특히 둘째 수는 시어의 미적 가공이 더 필요함을 보여준다.

‘소금 창고’는 “비릿하게 빛나는 바다의 맨몸”이 “사리처럼 쌓여” “오랜 꿈”이 되는, 바닷물이 소금이라는 결정체로 변화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그린 것으로 짐작된다. 시각적 대비 효과, 후각적 이미지 차용으로 선명도를 높인 점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시적 정서의 형상화에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짜임, 끌어온 시어들의 조응, 시어의 외연적 의미 외에 내포적 의미 부여 등에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달고나' 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를 통해 소환된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 시간을 더듬는” “얼룩진 유년의 단맛”의 달고나는 순수했던 유년으로의 순간이동을 가능케 한다. 둘째 수에서바늘 끝 닿는 곳마다/생과 사의 갈림길같은 표현은 보편성 확보에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잘 뽑아 낸 중장을 종장이 이어 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시조는 형식은 전통적이지만 내용은 얼마든지 새로움을 담을 수 있고 또 담아내야 한다. 권규미, 김은희의 작품도 오래 손 안에 있었음을 밝힌다.

서숙희(대표집필), 손영희 시조시인